기업 선물환거래 도와 환시 '숨통'…당국, 환율보다 수급 개입
조선사 선물환 매도 늘면 환율 하락 요인…국민연금과는 스와프
해외투자 늘고 무역적자 지속…달라진 수급 환경에 대응 필요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박원희 기자 = 당국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수급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관련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과 외환 당국이 외환스와프를 맺은 데 이어 조선사의 선물환 매도를 돕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25일 기획재정부와 외환시장 등에 따르면 외환 당국은 외환 수급과 관련된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2일 비상거시경제금융 회의에서 "원/달러 환율 수준 이면에서 가격 변수에 영향을 미치는 세부 요인들에 대해 촘촘히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국은 수출입업체들의 외화자금 수급 애로를 해소할 방안을 고심 중이다.
최근 조선 업체 등 수출기업의 선물환 매도가 어려운 점이 대표적인 애로 사항으로 꼽힌다.
조선사들은 선박 수주를 하면 나중에 받을 수출 대금에 대한 환율 변동 위험을 회피(환헤지)하기 위해 선물환을 매도한다.
선물환은 일정 시점에 외환을 일정 환율로 매매할 것을 약속한 외국환이다. 선물환 매도는 미리 특정 환율로 달러를 팔아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방지하는 것이다.
조선사들이 선물환을 매도하면 은행은 이를 사들이면서 각 기업과 신용 거래를 한 것으로 기록한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하면 원화로 평가했을 때 은행이 나중에 기업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금액이 늘게 된다. 그 결과 기업의 신용한도 여력이 줄어 조선사의 선물환 매도가 어려워지게 된다.
최근 조선사들의 잇따른 수주로 선물환 매도가 늘어난 가운데 환율은 상승해 신용한도가 차 버리는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이 제도적인 보완책을 구사해 조선사의 선물환 매도에 숨통이 트일 경우, 기업의 외환 수급 애로를 해소할 뿐만 아니라 환율 하락의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어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된다.
은행은 선물환을 사들이면 현물환은 파는 식으로 위험을 관리한다. 시장에 달러가 공급되는 셈이다.
지난 23일 발표된 국민연금과 외환당국 간의 스와프 체결도 외환수급 대책의 일환이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해외투자가 확대되면서 국내 외환시장에서 이들의 대규모 달러 수요가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외환스와프 체결로 국민연금의 달러 매입 수요가 완화되면서 외환시장의 수급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다른 연기금으로도 외환스와프 등의 논의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당국의 외환수급 관리는 환율 상승의 대내적인 요인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도 높은 긴축에 따른 달러 강세는 대외요인으로서, 정부가 직접 외환시장에 개입해 흐름을 되돌리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신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수요와 공급을 들여다보고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는 의미다.
최근의 외환 수급 환경은 원/달러 환율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기금뿐만 아니라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소위 서학개미 등으로 달러 수요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에너지 수급의 불안정 등으로 무역적자 폭은 심화하고 있다.
과거 해외 투자가 많지 않고 무역수지는 지속해서 흑자를 기록해 '가만히 두면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는 상황'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게 당국의 시각이다.
민간 대외자산을 국내로 환류시키는 제도적 방안에 대한 검토도 이러한 맥락에 놓여 있다.
당국은 달러 수요는 미루거나 줄이고 공급은 늘리는 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단기적인 시장 안정 조치를 통해 쏠림 현상을 막는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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