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여파로 실감' 우리밀 비축해 식량안보 지킨다
국산밀 895t 보관 aT 청원기지 가보니…온도조절로 3년간 비축
'0.8%' 밀 자급률 끌어올리기 총력…"2027년까지 7.9%"
(청주=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실내가 추운 만큼 설명은 최대한 간단히 드리겠습니다. 주변에 보이는 포대 하나에 국산 밀이 1t(톤)씩 들어 있습니다."
21일 오전 충북 청주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청원 비축기지 내부.
국산 밀을 보관 중인 창고에 들어서자 낮은 온도에 절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이곳에는 올해 수매한 국산 밀 400t이 철제 팔레트에 포대째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마스크를 썼음에도 시큼한 밀 향이 스며들었다.
공장 직원은 "청원 기지는 200억원을 투입해 현대화한 결과 온도 조절장치를 통해 내부를 10도로 유지할 수 있다"며 "오래된 다른 기지의 경우 밀을 장기 비축하기 어려운데, 청원 기지는 통상 3년 정도 보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창고 물량을 비롯해 국산 밀 총 895t을 보관하는 aT 청원기지는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정부 비축사업의 핵심 시설 중 하나다.
2020년 기준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45.8% 수준이다. 이 중 밀의 자급률은 0.8%에 불과해 사실상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산밀보다 수입산이 품질이 더 좋고 가격도 저렴한 데 따른 현상이다.
국제 교역이 원활할 때는 문제가 없지만, 주산지의 작황 악화 등으로 수입에 차질이 빚어지면 국내 수급에도 즉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올해 들어 우리 국민은 곡물 자급률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공급난 여파로 국제 밀 가격이 뛰자 수입 단가가 올랐고 빵, 과자, 라면 등 가공제품 가격의 연쇄 인상을 촉발했다.
평소에 우수한 품질의 국산 밀을 충분히 비축해뒀으면 외부 요인에 따른 충격이 덜했을 것이다.
정부가 제1차 밀 산업육성 기본계획(2021∼2025년)을 세우고 매년 국산 밀 비축량을 늘리려는 이유다.
올해는 1만7천t 비축을 목표로 매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작년 매입량인 8천t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이후 점차 더 늘려 2025년에는 3만t까지 비축하는 게 목표다.
아울러 생산량 자체를 늘리기 위해 2020년 20곳이었던 밀 전문 생산단지를 올해 총 74곳 선정했다.
정부가 수매해 비축한 밀은 SPC 등 식품업체에 공급돼 빵, 면, 과자 등 완제품으로 거듭난다.
김춘진 aT 사장은 "2027년까지 밀의 식량자급률을 7.9%로 끌어올리기 위해 생산기반 강화, 정부비축 확대, 소비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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