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극우정파 득세에 전쟁 밀어붙이는 푸틴 웃는다"
스웨덴마저…"반이민 정서 반영한 유럽 추세"
대체로 유럽통합 혐오하고 일부 대러제재 해제 주장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유럽 곳곳에서 극우 세력이 득세할 조짐을 보이면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1일(현지시간) 치러진 스웨덴 총선에서 극우 스웨덴민주당이 크게 약진한 데 이어 오는 25일로 예정된 이탈리아 총선에서도 극우 정당이 주축이 된 우파 연합의 승리가 확실시된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3일 '오른쪽으로 기우는 유럽, 고무되는 푸틴' 제하 사설을 통해 극우 정당들의 부상은 유럽의 단결을 해쳐 푸틴 대통령에게 반사이익을 안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WP는 스웨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불안감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신청서까지 냈지만, 최근 빈발하는 조직범죄와 총기 사건으로 치안이 불안해지자 많은 사람이 이를 이민자들과 연결 지으면서 이민과 범죄에 단호한 대응을 천명한 극우정파의 득세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평등에 기반한 사민주의 전통이 뿌리 깊은 스웨덴에서 스웨덴민주당은 백인 우월주의 등 극단적인 성향으로 인해 그동안 스웨덴 주류 정치권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주민 제로', '외국인 범죄자 추방' 등의 공약을 앞세워 이번 총선에서는 우파연합에서 최다득표를 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스웨덴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20.6%를 득표해 우파 연합의 주축으로 여겨지던 중도당(19.1%)에 앞서 우파연합의 최대 의석을 차지할 전망이다.
이번 선거에서 우파연합은 349석 가운데 176석을 가져가 현 여당인 중도좌파연합에 3석 앞서며 정권 교체를 눈앞에 뒀다.
WP는 우파연합이 집권해 스웨덴민주당이 정부 구성에 참여한다면 이는 스웨덴으로서는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극우정당이 정부의 주축이 될 경우 이민자와 난민에게 포용적이고 유럽 통합을 지향하는 스웨덴의 전통이 방향을 틀게 될 가능성이 있고, 이는 결국 유럽의 분열을 노리는 푸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WP는 또한 스웨덴보다 훨씬 큰 나라로 독일, 프랑스에 이어 EU의 3번째 대국인 이탈리아의 극우 세력이 집권하는 것은 유럽에 훨씬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이탈리아 총선에서는 극우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I)이 여론 조사 결과 25%를 웃도는 지지율로 줄곧 선두를 달리고 있어 최대 정당으로 자리매김할 것이 확실시된다.
FdI는 파시즘 창시자인 베니토 무솔리니를 존경한다고 공공연하게 밝힌 여성 대표 조르자 멜로니가 이끄는 정당으로, 반(反)난민, 반유럽통합 등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WP는 차기 총리로 유력한 멜로니 FdI 대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푸틴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지만, 그와 손을 잡고 우파 공동 정부를 구성하려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 마테오 살비니 전 부총리의 경우 친(親)푸틴 인사라는 사실도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극우정당 동맹을 이끄는 살비니 전 부총리는 최근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러시아보다는 유럽에 더 큰 피해를 주고 있다면서 제재 해제를 주장하기도 했다.
WP는 "러시아군이 전선에서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고전하면서 서유럽을 상대로 에너지 고삐를 더 바짝 죄고 있는 푸틴에게 이 같은 발언이 위안을 주고 있다"면서 "유럽 내에서 대러 제재에 대한 불협화음이 커지면 러시아는 제재를 무력화할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탈리아인들은 푸틴에게 그런 선물을 넘겨줄지에 대해 (선거를 앞두고)재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이민자와 난민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포용과 관용의 수준이 가장 높은 스웨덴에서 반이민을 주장하는 극우정당이 이번 총선에서 다른 주류 우파 정당들을 죄다 제치고 20.6%나 되는 표를 얻은 것은 이변이라고 평가하며 스웨덴민주당의 약진 원인을 조명했다.
NYT는 2000년 처음 원내에 진입한 뒤 2018년 총선에서 17.5%의 표를 얻은 스웨덴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는 지지율을 더 높이는 등 점점 더 세력을 키우고 있다면서, 최근 급증하는 범죄를 이민자들과 연관짓는 분위기 등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년 전에는 스웨덴 전체 인구의 약 10%에 불과했던 이민자들이 현재는 20%를 넘어섰고, 최근 이민자 공동체와 연루된 다수의 강력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반이민 정서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NYT는 그러면서 극우 세력이 실제 집권에 이르지는 못하더라도 반이민 정서 등을 등에 업고 상당한 지지세를 얻는 것은 이미 프랑스, 독일, 핀란드, 덴마크, 오스트리아 등 이미 다른 국가들에서 나타난 유럽 공통의 현상이라면서 스웨덴의 사례는 이런 추세의 연장선에 있다고 진단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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