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국산 바이오' 강조에 한국 위탁생산사업 영향 촉각
"어떻게 제도화되고 시행되는지에 대한 부분을 보면서 판단해야 할 것"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미국 정부가 바이오의약품 등 바이오산업에서도 미국 내 연구와 제조를 강조하고 나서면서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업계도 술렁이고 있다.
국내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기업을 중심으로 사업 차질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과도한 해석을 경계하며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13일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바이오 분야의 미국 내 생산을 골자로 한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대해,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지 않았으므로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다만 앞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다른 나라에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위탁하지 않도록 하고 자국 생산을 독려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구체화한다면, 어느 정도까지는 국내 기업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우리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이 이미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긴 하지만, 미 정부가 바이오의약품의 미국 내 생산 등을 강조한다면 우리 CDMO 업체들이 일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정책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거론되는 바이오의약품 CMO 기업들은 현 상황에서는 어떤 것도 속단할 수 없다고 봤다.
현재 국내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을 포함해 여러 미국 기업의 바이오의약품을 위탁생산해 공급하고 있고,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역시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을 국내에서 원액부터 제조하고 있다.
다만 장기 계약이 주를 이루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사업의 특성, 원액 등을 제조해 결국 다국적제약사에 공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정책으로 인한 영향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현재 국산 백신중에는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이 없고, 위탁생산 역시 원액을 제조해 미국 기업에 공급하는 방식이므로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관련 정책이) 어떻게 제도화되고 시행되는지에 대한 부분을 보면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지를 마련하고 사업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한 롯데바이오로직스 역시 구체적인 상황은 지켜봐야 한다고 봤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올해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에 있는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인수하면서 위탁생산 사업을 본격화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미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미국에 생산 공장도 마련한 상황이어서 아직 큰 영향은 없을 것 같다"며 "세부적인 부분은 조금 더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움직임이 바이오산업의 패권을 잡기 위한 것이라며, 한국이 국내 바이오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한국바이오협회는 "미국의 이번 발표는 전 세계 바이오산업과 바이오의약품 제조 경쟁력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며 "미국이 바이오 기술에 전폭적인 투자를 하게 되면 유럽 등도 투자 확대를 검토할 것이 자명하므로 우리나라 역시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대폭적 투자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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