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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알쏭달쏭' 영국 왕실과 군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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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알쏭달쏭' 영국 왕실과 군주제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논설실장 =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지난 8일(현지시간) 96세로 서거하면서 왕실 안팎의 낯선 제도와 용어들이 연일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 영국의 독특한 군주제와 영 왕실의 이해를 위한 열쇳말들이다.

먼저 '영국연방'(영연방·Commonwealth)이라는 용어가 다소 생소하다. 이 용어는 영국 본국과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독립한 56개국으로 구성된 느슨한 연합체를 뜻한다.' Commonwealth'는 애초 공공선이나 공동번영, 공공의 복지 등을 의미하는 보통명사였지만 근대적 정치발전 과정에서 공화국→공화정 국가들의 느슨한 연합 등으로 그 뜻이 확장돼왔다. 이 중에서도 영국을 포함해 15개국은 엘리자베스 여왕을 군주로 삼는 주권국가로 '영연방왕국'으로 분류돼 더욱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여왕은 해당국에 총독을 두어왔지만, 여왕이나 총독은 상징적인 국가원수나 대리인으로서 역할을 제한했다. 캐나다를 예로 들면, 이제부터는 영국과 영연방왕국의 국왕이자 캐나다 국왕이 된 찰스 3세가 직무대리로서 총독(메리 사이먼)을 두고 상징적으로 군림하게 된다. 실제 통치는 정부 수반인 총리가 맡는다. 영연방의 상징이자 강력한 구심점인 엘리자베스 여왕의 서거로 인해 향후 영연방의 원심력이 한층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자메이카와 바하마 등 일부 카리브해 국가에서는 군주제를 벗어나 공화제를 채택하려는 움직임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웨일스 왕자'(웨일스 공·Prince of Wales)라는 직책도 눈에 띈다. 모친의 서거로 왕위를 이어받은 찰스 3세는 9살이던 1958년 영국 왕세자인 웨일스 공에 책봉된다. 64년간 즉위를 기다린 셈이다. 잉글랜드의 군주였던 에드워드 1세가 1282년 자국을 침입한 웨일스 부족을 격파했는데 당시 태어난 차남 에드워드 2세가 왕세자가 돼 아버지로부터 '웨일스 공'의 칭호를 받은 게 왕세자를 지칭하는 기원이 됐다고 한다. 찰스 왕은 9일 대국민 연설에서 장남 윌리엄(40) 왕자에게 웨일스 공 작위를 수여해 영국 왕실의 공식적 왕세자로 지위를 부여했다.



찰스 왕의 부인 커밀라 파커 볼스는 '콘월 공작부인'(Duchess of Cornwall)에서 '왕비'(Queen Consort)로 지위가 격상됐다. 'Consort'는 국왕의 배우자를 뜻하는 단어다. 두 사람은 2005년 4월 윈저궁에서 정식 결혼했다. 하지만 커밀라는 왕세자비를 뜻하는 '웨일스 공비'(Princess of Wales)의 작위를 받지 못하고 이보다 한 단계 낮은 콘월 공작부인으로 불려왔다. 이는 찰스 3세와 다이애나비의 결혼이 1996년 파경에 이르고 그 배경에 찰스 3세와 커밀라의 불륜 의혹이 있었던데다, 이듬해 다이애나가 비극적으로 사망하면서 커밀라에게 영국인들의 미운털이 박혔기 때문이었다. 다이애나가 1997년 사망한 뒤 그간 웨일스 공비의 직위는 공석이었다. 찰스가 왕이 되면서 이 직위는 큰아들인 윌리엄 왕자의 부인이자 다이애나의 며느리인 캐서린 케임브리지 공작부인에게 승계됐다.

'여왕 연설'(Queen's speech)도 영국 왕실의 주요 헌법 기능 중 하나이다. 찰스 3세는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했던 여왕을 대신해 지난 5월 10일 정부의 주요 입법계획을 발표하고 승인을 요청하는 이 역할을 대신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이 행사에 빠진 것은 70년 재임 중 임신 중이던 1959년과 1963년 두 차례뿐이었다. 찰스 왕은 9일 첫 대국민 연설(King's speech)도 했다. TV로 생중계된 이 자리에서 윌리엄 왕자에게 웨일스 공 작위를 수여하고 그의 부인인 캐서린 케임브리지 공작부인은 웨일스 공비로 칭했다.

단기간에 영국 왕실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The Crown)이 도움이 될 듯하다. 지금까지 시즌 4, 40부가 방영된 상태이며 오는 11월 시즌 5가 개봉될 예정이다. 이번 시즌에는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사망 등이 다뤄진다고 한다. 넷플릭스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로 현재 진행 중인 시즌 6 촬영을 잠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sh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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