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뉴욕지검장 "트럼프 압박에 '오바마 이란핵합의' 불법성 수사"
회고록에서 공개…"법무부 잘못된 지시 때문에 정치적 수사 벌여"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뉴욕 검찰이 상부의 압력 탓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 맺어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의 불법성을 수사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뉴욕 남부지검장을 지낸 제프리 버먼이 이 같은 사실을 조만간 출간할 비망록에 적시했다고 보도했다.
NYT가 사전 입수한 비망록에서 버먼 전 지검장은 법무부의 잘못된 지시 때문에 정치적인 수사를 벌여야 했다고 털어놨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재직했던 2015년 미국과 프랑스, 영국, 러시아, 중국, 독일 등 6개국이 이란과 맺은 JCPOA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동결 또는 축소하는 대가로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란에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다면서 2018년 핵 합의를 파기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위터에 핵 합의를 이끈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을 언급하면서 '불법적인 외교활동' 의혹을 제기했다.
버먼 전 지검장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트위터에 케리 전 장관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뒤 법무부는 뉴욕 남부지검에 케리 전 장관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미국 시민이 허가 없이 외국 정부와 협상하는 것을 금지한 '로건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는 것이었다.
케리 전 장관에 대한 수사에는 연방수사국(FBI) 요원도 동원됐다.
케리 전 장관 본인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비밀리에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법무부는 케리 전 장관을 '대통령의 적'으로 규정하고 빠른 결론을 압박했다.
이 와중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9년 4월 자신의 트위터에 캐리 전 장관이 이란 정부에 나쁜 조언을 했다면서 "로건법 위반 아니냐"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1년 가까운 수사 끝에 뉴욕 검찰이 내린 결론은 케리 전 장관을 기소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법무부가 케리 전 장관에 대한 수사를 지시한 배경과 관련, 버먼 전 지검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엇을 원하는지 직접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윗을 읽으면 알 수 있는 사안이었다"고 말했다.
버먼 전 지검장은 케리 전 장관 이외에도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법률고문을 지낸 그레그 크레이그를 외국 정부를 위한 불법 로비활동 혐의로 기소한 것도 법무부의 잘못된 지시 때문이라고 공개했다.
버먼 전 지검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돕고 요직으로 꼽히는 뉴욕 남부지검장 자리에 올랐지만, 트럼프의 측근들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수사를 벌이던 중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사 노릇을 한 마이클 코언을 기소했고, 트럼프 그룹의 선거자금법 위반을 수사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루디 줄리아니에 대한 수사도 벌여 법무부와 마찰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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