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26만명 굶어죽은 소말리아에 기근 임박"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담당 사무부총장은 5일(현지시간) 소말리아에 기근 사태가 임박했다고 우려했다.
소말리아를 방문 중인 그리피스 부총장은 이날 낸 성명에서 26만명이 사망했던 2011∼12년보다 지금이 인도적 구호의 규모가 더 크지만 그 필요 또한 더 커졌다며 "기근이 코앞에 닥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말리아에서의) 지난 며칠간 소말리아인들이 감내하는 아픔과 고통을 보면서 마음속 깊이 충격받았다"며 "오늘 우리는 마지막 경고장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말리아 어린이 150만명이 급성 영양실조 위험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10년전 대기근 때 사망자의 절반이 5세 미만 어린이였다.
이와 관련, 세계식량계획(WFP)은 소말리아가 5년 연속 우기에 비가 내리지 않을 만큼 심각한 가뭄과 내전이 겹친 탓에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이런 상황이 최소 내년 3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소말리아 인구의 절반 정도인 710만여명이 심각한 가뭄으로 식량 구호가 필요하다고 WFP는 집계했다.
설상가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식량 가격 급등을 부추기는 바람에 소말리아의 식량난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 소말리아는 곡물의 90%를 수입에 의존한다.
유엔과 소말리아 정부는 공식적으로 기근을 선포하지는 않았다.
기근은 해당 지역 가구의 최소 20%가 극심한 식량부족을 겪고 급성 영양실조를 겪는 5세 미만 아동이 30% 이상이며 인구 1만 명당 어른 2명이나 어린이 4명이 매일 사망하는 식량 위기를 말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상황을 잘 아는 익명의 구호 요원을 인용, 현재 소말리아 정부가 집권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아 기근 선포를 망설이고 있다고 전했다.
환경 문제를 다루는 비정부기구 머시 크롭스(Mercy Crops) 소말리아 지부 회장 다우드 지란은 NYT에 "소말리아처럼 가장 먼저, 가장 강력하게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은 지역사회를 돕지 않으면 지속되는 가뭄과 굶주림은 곧 닥칠 미래"라고 경고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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