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뒤 식수대란 美잭슨시…"도심공동화·인종차별이 근본원인"
70년대부터 백인·잘 사는 흑인 연이어 떠나며 인구·세수 줄어
주의회 공화당이 시설 보수 예산 삭감…"가난한 흑인 지역 차별"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 미시시피주 잭슨시에서 최근 홍수 피해로 상수도 시설이 가동 중단돼 최악의 식수 부족사태가 발생한 근본 원인은 수십 년간 진행된 도심 공동화와 인종차별 때문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잭슨시 주민 15만명 중 다수가 상하수도 시설 문제로 물을 공급받지 못하는 반면 잭슨시 바로 옆 마을들에는 문제가 전혀 없다고 전했다.
잭슨시 주민인 알레샤 맥카티와 그녀의 어린 두 자녀는 매일 생수로 양치하고 인근 교회 배급소에서 물을 받는다. 매일 호스를 이용해 변기에 필요한 물을 양동이 4개에 채운다.
반면 돌봄노동자인 맥카티가 간호하는 여성이 사는 인근 매디슨은 잭슨시 주변 대부분 마을처럼 새 상하수도 시설을 갖춰 물 문제가 전혀 없다.
전문가들은 1970년대부터 잭슨시의 백인 인구가 인근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도시의 쇠락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경제적 상황이 괜찮은 흑인 인구도 수도, 도로, 학교 등 기반시설이 더 나은 교외로 탈출하면서 도시의 세수가 더 줄었고 공공시설을 보수하는데 필요한 예산이 부족해졌다.
잭슨시 정치권의 뿌리 깊은 분열도 시가 오랜 기간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을 개선하지 못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미시시피주 의회에서 잭슨시를 대표하는 자키야 서머스 민주당 의원은 주의 공화당 지도부가 올해 잭슨시의 상하수도 시설 보수를 위해 책정한 예산 4천700만달러를 막으려고 했고 결국 300만달러만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서부 잭슨에 사는 서머스 의원은 "잭슨시는 체계적이며 구조적인 인종차별의 피해자"라며 "잭슨시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 남부의 소도시 다수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부유한 지역은 주정부로부터 더 많은 자원과 지원을 받는 경향이 있지만 서부 잭슨에는 한동안 지원이 없었다"며 "가난한 흑인이 몰려 사는 지역은 지원이 늦거나 없다"고 말했다.
로버트 러켓 잭슨주립대 역사교수는 잭슨시의 공공시설 문제가 1970년 연방법원이 잭슨시 학교에서 인종 분리정책을 중단하도록 명령한 시점부터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당시 백인 가족 수천 세대가 도시를 떠나 백인 우월주의 단체가 운영하는 사립학교에 자녀를 보냈는데 러켓 교수는 "그들과 함께 주의 지원과 자원도 도시를 떠났다"고 말했다.
잭슨시 인구는 1980년 최고치인 20만명을 찍은 뒤로 약 4만명이 줄었다.
현재 잭슨시 인구의 83%가 흑인이며 4분의 1이 빈곤 상태다.
그렇다고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기도 쉽지 않다. 제도 자체가 부유한 지역이 지원금을 더 쉽게 받게 설계됐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미시시피주는 지역사회가 연방정부의 시설 개선 자금을 받으려면 자체적으로 같은 규모의 매칭 자금을 낼 것을 요구했다. 잭슨시는 매칭 자금으로 2천500만달러를 조달할 수밖에 없었기에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이 제한됐다는 것이다.
공공시설 투자는 물론이며 새 쇼핑몰, 지역전문대, 영화관 등 지역이 번창하는 데 필요한 시설도 백인 지역에 들어서는 경향이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안드레 페리 연구위원은 "인종차별이 잭슨시의 실패를 예고했고 잭슨시의 식수 부족은 수십 년간 진행된 인재(人災)"라며 "흑인에 대한 투자 부족이 상수도 문제를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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