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소녀 애원에도 염소 빼앗아 도살한 어른들…미국서 '시끌'
위탁해 키우던 염소 판매 철회 요청했지만 보안관까지 동원해 결국 도축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미국의 한 소녀가 농업단체의 위탁을 받아 키우다 정이 든 염소를 계속 키우고 싶다고 애원했지만 단체가 보안관까지 동원해 염소를 데려가 도축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州) 섀스타 카운티에 사는 제시카 롱은 딸과 함께 지난 4월 흰 바탕에 귀와 눈 주위가 갈색 털로 뒤덮인 새끼 염소를 데려왔다.
제시카의 딸은 캘리포니아의 유명 농촌 청소년 지도 프로그램인 4-H에 가입했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박람회와 위탁 계약을 맺고 염소를 키운 뒤 되팔 계획이었다.
그런데 딸이 애지중지 염소를 키우다 보니 애정이 싹텄다.
딸은 이 염소에 '시더'라는 이름까지 붙이고 하루 두번씩 꼬박꼬박 끼니를 챙겨줬으며 강아지처럼 산책까지 시키며 교감했다.
하지만 계약상 올해 6월에 섀스타 지역 박람회 경매에 염소를 내놓기로 돼 있었다. 경매에서 낙찰된 염소는 도축될 수 있다.
제시카는 경매가 시작되기 전 시더를 팔지 않기로 마음먹고 지역 박람회 측에 판매 철회를 요청하면서 계약 파기의 대가를 지불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박람회 측은 고지식하게 대응했다. 무조건 염소를 경매일에 내놓겠다는 것이었다.
제시카 가족도 물러서지 않았다. 시더를 집에서 400㎞ 떨어진 소노마 카운티의 한 농장으로 피신시켰다. 어떻게든 시더를 살리고 싶었고, 4-H 프로그램의 규칙을 어겼다는 이웃들의 비난을 살 것이 두려웠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람회 측은 제시카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가족이 절도 혐의로 처벌될 수 있다고 '협박'했다.
그러다 시더는 결국 경매에서 팔렸고, 박람회 측은 7월초 보안관 2명을 소노마 카운티 농장으로 보내 시더를 압수하고서 도축장으로 보냈다.
시더의 구매자는 캘리포니아주 공화당 상원의원이자 주지사 후보인 브라이언 달리였다. 그는 902달러(약 123만원)에 시더를 낙찰받았다.
이에 제시카 가족은 시더를 압수해간 보안관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가족의 변호인은 NYT와 인터뷰에서 "보안관들은 영장 없이 농장에 침입해 시더를 데려갔다"고 주장했다.
박람회 측과 섀스타 카운티 보안관실은 관련 사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NYT의 질의에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제시카는 딸이 10살이 채 되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경매 이후 딸은 시더 곁을 떠나지 못했다"라며 "시더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딸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흐느껴 울어야 했다"고 전했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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