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다음달부터…"현 공시체계, 고소득·신용자 대출만 늘려" 우려도
"금리인하 요구권 수용률, 중복신청 빼고 공시해야"
예대금리차·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 공시, 문제점 노출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민선희 오주현 기자 = 지나친 '이자장사'를 막는다는 취지로 지난달부터 은행별 예대금리차와 금리인하 요구권 관련 공시가 시작됐지만, 실효성이나 통계 왜곡 등에 대한 불만도 함께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의 독려대로 서민, 중·저신용자에 대한 금융지원을 늘릴수록 평균 대출금리가 높아져 '과도한 이자장사를 하는 은행'으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은행권의 주장이다.
금융당국도 이런 지적을 일부 받아들여 이르면 다음 달부터 은행들은 대표적 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을 뺀 예대금리차도 함께 공시할 예정이다.

◇ 은행 "예대금리차 의식해 서민 위한 햇살론 취급 꺼릴 수도"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대금리차 공시에 참여 중인 시중은행의 여신 실무자들과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지난 2일 은행연합회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고 예대금리차 공시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달 22일 오전 11시부터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19개 은행의 '예대금리차 비교' 통계가 공시됐는데, 앞으로 매달 공시가 이뤄지는 만큼 현 공시 체계에 대한 은행권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회의였다.
이 자리에서 은행들은 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 금리가 예대금리차 산정 과정에 반영되는 게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햇살론은 저소득·저신용 탓에 정상적으로 금융권 대출을 이용할 수 없는 서민에게 서민금융진흥원의 보증을 바탕으로 공급하는 정책금융 상품이다.
현재 금리가 15.9%로, 일반 은행 평균 대출금리를 크게 웃돌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 따라 고금리 햇살론을 많이 취급할수록 해당 은행의 예대금리차(평균 대출금리-평균 저축성수신금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왜곡을 막기 위해 은행권과 금융당국, 은행연합회는 햇살론을 뺀 예대금리차와 빼지 않은 예대금리차를 모두 공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15.9% 햇살론 금리 가운데 11.9%는 사실상 금리라기보다 보증료인데도 통계에 반영돼 예대금리차를 키우고 있다"며 "이대로 놔두면 은행들이 햇살론 등 정책금융상품 취급을 꺼릴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르면 다음 달부터 햇살론을 뺀 예대금리차도 공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 금리상승기에 변동금리 권할 위험도…대출자 실효성도 논란
은행권은 햇살론뿐 아니라 비슷한 맥락에서 예대금리차와 관련한 '평균의 함정'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있다.
한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해당 월의 평균 대출 금리에서 평균 저축성수신(예금) 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산출된다, 따라서 중·저신용자에 대한 고금리 대출이 많거나,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신용대출이 늘면 예대금리차는 커진다.
수신(예금) 측면에서도 저축성 예금 가운데 만기가 짧아 금리가 낮은 상품의 비중이 클수록 평균 저축성 수신금리는 떨어지고 예대금리차는 확대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각 은행이 그달에 주력한 상품에 따라 예대금리차가 크게 바뀔 수 있다"며 "결국 은행은 예대금리차 공시를 의식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작은 고소득·신용자 대출, 주택담보대출 등에만 매달리는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심지어 일반적으로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높은데, 예대금리차를 줄이려면 금리 상승기에도 오히려 더 위험한 변동금리를 대출자에게 권하는 현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은행들의 주장이다.
대출자 입장에서 새 금리 공시 제도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공시에서 은행별 대출금리와 예대금리차가 신용평가사(CB) 신용점수를 기준으로 구간별로 제공되는데, 실제 대출금리는 은행 자체 평가를 통한 신용등급·우대금리 등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공시에서 대출 희망자가 자신이 해당하는 신용점수 구간에서 가장 낮은 대출금리를 주는 은행을 찾을 수는 있지만, 해당 은행이 실제로 적용하는 신용등급, 우대금리 조건 등을 확인하면 사실과 다를 수 있다"며 "더구나 공시 금리는 지난달의 것이기 때문에, 현재 시점과 상황이 같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 "한두달새 금리인하 30∼40번 신청도…수용률 공시에서 중복신청 빼야"
금리인하 요구권 공시에 대한 은행권의 불만도 적지 않다.
금리인하 요구권은 금융소비자가 취직·승진·소득증가 등을 근거로 금리를 낮춰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데, 지난달 30일 은행연합회 홈페이지 소비자포털에 2분기 은행별 신청 건수, 수용률(수용 건수/신청 건수) 등이 공개됐다.
가장 논란이 많은 것은 중복 신청 문제다.
상당수 은행은 대출자들이 손쉽게 금리인하 요구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최근 비대면 신청, 수용 판정 시스템을 갖췄다. 이에 따라 클릭 몇 번만으로 중복 신청이 가능해지면서 신청 건수 자체가 급증하고, 상대적으로 수용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인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대출자가 실제로 이후 한 두 달 사이 소득이나 신용도에 큰 변화가 없는데도 30∼40회 이상 계속 신청한 경우도 있다"며 "고객들의 신청 건수를 제한할 수는 없으니, 금리 인하 수용률을 산출할 때라도 모수인 신청 건수에서 월 1회 초과 신청 건수를 제외하는 등의 방식으로 중복 신청에 따른 왜곡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행에 따라 애초에 금리인하 요구권 신청이 가능한 대출자의 규모가 다르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경우 담보가 확보된 상품이므로 몇몇 은행은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같은 가산금리를 적용한다. 따라서 해당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자는 아예 금리인하 요구권 신청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결국 고객에게 유리한 금리 체계를 갖춘 은행의 금리인하 요구권 신청 건수나 수용 건수가 더 적은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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