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지, 美인플레감축법 부각하며 한미 '갈라치기'
환구시보 사설 "미국의 '가치' 언급은 美이익 위한 것"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 관영매체가 최근 제정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한국 전기차를 보조금 수혜 대상에서 제외한 사실을 부각하며 미국 주도 '가치 동맹'에 의문을 제기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환구시보와 그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3일자 사설에서 "한국은 일반적으로 IRA를 배신이자 등에 꽂은 칼로 여긴다"며 "한국은 미국이 주도한 세계 질서의 지지대인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에 대한 환상이 또 한 번 깨지는 실망감과 분노에 사로잡혀 있다"고 썼다.
또 "이번에 한국 측의 강한 반발은 어느 정도 '각성'한 데 따른 것"이라며 "미국, 그리고 동맹의 가치에 대해 사람들이 좀 더 종합적인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교훈이 됐다"고 썼다.
이어 사설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 후 정부의 핵심 성과로 만들겠다는 희망 하에 활발히 대미 외교를 강화해왔지만, 그것은 오히려 "큰 함정"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자국 이익을 수호하려는 강력한 야망을 가지고 있음을 역사는 반복해서 보여줬다"며 "어떤 의미에서 '가치'의 레토릭은 미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사설은 또 "미국은 '가치'를 자기식으로 해석해왔다"며 "미국을 따르는 이들만이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며, 미국에 맞서는 나라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제정된 인플레 감축법은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대당 최대 7천500달러(약 1천22만원)의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아직 현지 전기차 생산시설이 없는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는 수혜 대상에서 제외됐다.
중국 정부 의중을 반영하는 중국 관영매체의 이 같은 사설은 한국이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 가입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쪽에 던진 일종의 견제구로 해석된다.
또 지난 1일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과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이 하와이에서 만나 한중일 공조 강화 의지를 다진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의 동맹 규합 행보에 거리를 두기를 기대하는 중국의 속내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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