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中수출 감소 무역전선 비상…1~8월 적자 247억달러 최대규모(종합)
반도체 수출 26개월만에 줄어…반도체 가격 추가 하락 전망에 '먹구름'
대중 무역적자 넉달째 지속…적자 규모는 축소
정부, 중국-반도체-에너지 3대 리스크 중점 관리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지난달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이 26개월 만에 감소하면서 무역 전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또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도 줄면서 대중(對中) 무역적자가 넉 달 연속 이어졌는데 이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에너지 수입 급증세로 전체 수입액이 역대 1위를 기록하면서 월간 무역적자가 100억달러에 육박해 66년 만에 최대치에 달했다.
◇ 반도체 수출 7.8% 감소…26개월 만에 꺾여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월 수출은 566억7천만달러로 지난해 동월보다 6.6% 늘었고, 수입은 661억5천만 달러로 28.2% 증가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94억7천만달러(약 12조7천억원)의 적자를 보였다. 이는 무역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56년 이래 66년 만에 최대치다.
올해 들어 8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4천678억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이고 누적 수입액은 4천925억달러로 역시 가장 크다. 수출과 수입을 합한 누적 무역액도 9천603억달러로 역시 1위다.
1∼8월 누적 무역적자 역시 247억2천300만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달 주요 품목 가운데 반도체 수출은 107억8천만달러로 지난해 동월보다 7.8% 줄었다.
반도체 수출은 16개월 연속 100억달러 선을 웃돌았으나 소비자 구매력 감소와 과잉 재고 등에 따른 수요 약세로 26개월 만에 감소했다.
더욱이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출시 지연과 그간 축적된 재고 등으로 인해 당분간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반도체 수출 감소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반도체 D램의 고정가격은 올해 1분기 3.41달러에서 2분기 3.37달러로 내렸고 3분기에는 2.88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4분기에는 더 떨어져 2.50달러로 예상된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품목이다.
올해 6월까지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줄곧 두 자릿수를 유지했지만, 7월 들어 수출액이 112억1천만달러로 2.1% 증가하는 데 그치더니 8월에는 결국 감소세로 돌아서게 됐다.
정부는 전날 '수출경쟁력 강화 전략'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가격 하락을 대중 수출 감소, 에너지 가격 고공행진과 함께 3대 '무역 리스크'(위험요인)로 꼽았다.
이런 가운데 자동차와 석유제품 등이 선방하면서 역대 8월 수출 1위 기록을 나타냈다.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은 41억2천만달러로 지난해 동월보다 35.9% 늘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다소 완화되고 친환경차 시장이 확대된 데 힘입어 우리나라의 자동차 최대 수출국인 미국으로의 수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석유제품도 고(高)유가에 따른 높은 수준의 단가가 유지되면서 항공유 중심의 세계 석유 수요가 지속돼 66억7천만달러어치가 수출됐다. 이는 지난해 동월보다 113.6%나 급증한 것이다.
또 이차전지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5.7% 증가한 9억4천만달러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선진시장의 친환경 정책에 따른 전기차 수요 확대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 중국 무역적자 넉 달째 지속…한중 수교 이후 처음
반도체와 함께 수출에 있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대중 수출 감소다.
지난달 대중 수출액은 131억3천만달러로 지난해 동월보다 5.4% 줄었다. 이는 역대 3위 수준이다.
주요 제품별로 보면 석유제품과 철강 등의 수출은 늘었지만 계속되는 중국의 내수·생산 둔화세 영향으로 반도체 등의 수출이 감소한 영향이다.
반도체 수출은 3.4% 감소했고 석유화학 제품은 10.9% 줄었다.
반면 반도체·정밀화학원료 등 국내 산업 생산·수출에 필요한 중간재 등을 중심으로 수입은 늘었다.
이로써 대중 무역수지는 3억8천만달러 적자를 보여 지난 5월부터 넉 달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4개월 연속 대중 무역적자는 1992년 8월 한중 수교 이후 처음이다.
다만 무역적자액은 5월 10억9천만달러에서 6월 12억2천만달러로 늘었다가 7월 6억달러로 줄어든 뒤 8월에는 3억8천만달러로 더 줄었다.
중국에 대한 수출이 줄어든 것은 코로나19 봉쇄 등으로 중국과의 무역 여건이 악화된데다 중국의 성장세 회복이 지연되는 영향이 크다.
지난해 8.1%였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1분기 4.8%에 그쳤고 2분기에는 0.4%로 떨어졌다.
한편 대미(對美) 수출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대응을 위한 긴축 정책에도 전기차 판매 확대 영향 등으로 역대 8월 중 1위를 기록했다.
자동차 수출이 56.0% 증가했고 이차전지는 38.7%, 철강은 36.1% 각각 늘었다.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도 석유제품에 더해 일반기계·의약품 등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역시 8월 기준 1위를 나타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속되는 높은 에너지 가격, 주요국의 긴축정책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둔화와 중국의 성장세 회복 지연, 수요 약화에 따른 반도체 가격 하락이 우리 수출 증가세 둔화와 수지 악화를 유발하는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장관은 "정부는 최근 무역적자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어제 발표한 수출경쟁력 강화 전략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하는 등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확대를 통해 무역수지가 개선될 수 있도록 총력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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