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러 여행비자 대폭 축소…EU 차원 결단 필요"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유럽 관문이 된 핀란드 헬싱키 반타 공항 주차장에 최근 러시아 번호판을 단 고급 차량이 늘어나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공항 주차장에는 신형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와 포르쉐 911 터보 S 등 러시아 번호판을 단 고급차량 수십 대를 볼 수 있다.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외무장관은 "지금 헬싱키 공항에는 많은 러시아 여행자들이 있다"며 핀란드가 러시아 여행자들을 위한 '경유국'(transit country)이 됐다고 비판했다.
한 핀란드 여행객도 가디언에 "정말 당황스럽다"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해결되기 전에는 러시아인들이 이곳에 오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러시아 여행객 급증에 대한 핀란드 내 여론이 악화하자 핀란드 정부는 내달 1일부터 러시아인에 대한 관광비자 발급을 현재의 10분의 1 이하 수준으로 대폭 줄이기로 했다.
핀란드 정부는 현재 러시아에서 1천 건의 비자 신청을 받고 있으나 앞으로는 하루 처리 건수를 500건으로 줄이고 그중 100건만 관광객에게 할당할 계획이다.
하지만 러시아 여행자의 핀란드행을 제대로 막으려면 유럽연합(EU) 안에서 자유로운 통행을 허용하는 솅겐 조약 가입국들도 러시아인 관광비자 발급 축소에 동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핀란드에 입국하는 러시아인의 3분의 2는 핀란드가 아닌 다른 솅겐 조약 가입국에서 비자를 발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 국경 수비대 관계자는 "헝가리, 스페인,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이 러시아인에게 비자를 발급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북유럽 국가들은 30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리는 EU 외무장관 회의에서 러시아 여행객 비자 발급 제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하비스토 장관은 "핀란드는 발트 3국과 함께 (러시아 여행객에 대한) 비자를 제한할 계획인데, 모든 EU 회원국이 함께 비슷한 결단을 내리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dind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