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편지는 내 것"…트럼프 자택에 기밀 문건 300여건
NYT 유출논란 경과 보도…올해 1, 6, 8월 세차례 걸쳐 회수
"트럼프, 기밀관리 개념 없어…법무부 결국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기밀유출 논란 전말이 미국 언론을 통해 상세하게 전해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연방수사국(FBI)이 이달 8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택인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 강제수사를 하기까지 경과를 소개했다.
발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에 생산된 백악관 문건 일부가 건너오지 않은 것 같다는 국가기록원의 문제 제기였다.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라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모든 공적인 자료는 정부 자산으로 남아 국가기록원에 제출돼야 한다.
주목되는 누락 자료 중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보낸 다수 편지의 원본이 있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최소 27통의 편지를 주고받은 바 있다.
이들 서한은 상대를 향한 찬사와 친밀함의 표현이 빼곡해 현지언론에서 '러브레터'로 불리기도 했다.
국가기록원에 제출되지 않은 다른 문건 중에는 버락 오바마 전임 대통령이 후임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당부를 담아 건넨 편지도 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국가기록원이 임기가 끝나는 2021년 1월까지 이들 문건을 반납하라고 요청하자 처음에 "내 것"이라며 저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1년이 지난 올해 1월에 기밀 표식이 있는 서류 150여건을 자진 반납했다.
미국 법무부는 이들 문건 중에 국가안보에 고도로 민감한 기밀이 대거 있다는 점에 놀라 회수되지 않은 다른 기밀이 있을 수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NYT는 "관리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측근이 기밀관리 개념이 없거나 수사에 온전히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참고인 조사를 통해 기밀급 문건이 마러라고에 더 있다는 정황을 잡고 올해 5월 기밀의 회수를 위한 영장을 발부받았다.
법무부 국가안보부의 방첩 담당 최고위 관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 2명과 함께 마러라고에서 영장에 부합하는 기밀 일부를 재차 반납받았다.
그런데도 수사관들의 의심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들은 마러라고 방문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다른 지인들을 조사해 회수되지 않은 기밀이 남아있다는 정황을 잡았다.
법무부는 마러라고 내외를 녹화한 보안용 감시영상을 살펴볼 영장을 6월 22일 발부받아 분석에 들어갔다.
올해 4월 말까지 60일을 담은 영상에서는 사람들이 상자를 안팎으로 옮기거나 문서가 든 일부 상자를 바꿔치기하는 모습 등이 포착됐다.
FBI는 결국 이달 8일 마러라고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해 지하실에 있는 저장공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무실에서 추가 문건을 찾아내 회수했다.
그 분량은 상자 26개에 달했다. 기밀 문건은 11세트였는데 그중 하나는 최고 기밀인 1급 비밀로 취급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올해 1월, 6월, 8월 등 세 차례에 걸쳐 회수된 기밀은 모두 300여건에 달했다.
회수된 기밀의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법무부는 감춘 문건이 더 있다고 보고 압수수색 직전까지 마러라고의 동향을 담은 보안 영상의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전직 대통령 자택 대한 FBI의 전례 없는 압수수색이 정국의 핵으로 부상했다.
11월 중간선거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기 대선 출마와 엮여 강제수사의 정당성, 정치적 편향성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FBI가 압수수색 집행의 필요성과 근거를 소상하게 적어 영장에 첨부한 문건인 선서진술서의 내용이 주목된다.
법무부는 향후 수사가 방해를 받을 수 있고 증인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진술서 공개를 반대해왔다.
연방법원은 법무부에 민감한 정보를 삭제한 편집본을 보내라고 명령하며 편집본 검토 뒤에 일부 공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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