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극우 멜로니, 이주민 성폭행 영상 올렸다가 거센 역풍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차기 총리로 유력한 극우 성향 여성 정치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l) 당수가 아프리카 이주민에 의한 성폭행 사건을 선거 캠페인에 활용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았다.
현지시간으로 21일 아침, 이탈리아 북부 피아첸차의 길가에서 아프리카 기니에서 망명 신청한 23세 남성이 55세 우크라이나 여성을 성폭행하다가 경찰에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장소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성폭행 영상이 이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
카티아 타라스코니 피아첸차 시장은 성폭행 사건을 규탄하면서도 범죄자의 국적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멜로니는 22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이 영상을 공유하며 "피아첸차에서 벌어진 이 끔찍한 성폭행 사건 앞에서 침묵을 지킬 수 없다"며 "나는 도시의 안전을 회복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멜로니가 올린 영상은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지만 피해 여성의 울음소리는 편집되지 않았다.
피아첸차 지역 일간인 '일 피아첸차'는 멜로니의 트윗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한 것이라며 이것이야말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 피아첸차'는 "멜로니라는 정치인에 대한 찬반을 떠나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며 "이 영상을 SNS에 올린 정치인은 멜로니뿐"이라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차기 총리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멜로니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극우 정치인으로, 반이민·반유럽통합론 등을 내세워 정치적 입지를 다져온 인물이다.
최근에는 아프리카인 불법 이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중해 건너 아프리카 해안을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멜로니와 대척점에 선 범좌파 진영에선 멜로니가 9월 25일 조기 총선을 앞두고 반이민·반난민 정서를 자극해 선거를 승리로 이끌려 한다고 의심한다.
중도 좌파 성향의 민주당을 이끄는 엔리코 레타 당수는 "성폭행 사건의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선거용으로 활용했다면 더욱 부적절하다"고 트위터에 썼다.
또 다른 중도 정당의 대표인 카를로 칼렌다는 멜로니의 트윗이 "부도덕하다"며 비난에 가세했다.
이탈리아 유명 작가인 이가바 스케고는 멜로니가 성폭행 희생자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말했다.
레타 당수는 "인간과 피해자를 존중하는 것이 항상 우선"이라며 멜로니가 자신의 정치적 야심보다 피해자를 더 중요하게 여겼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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