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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우주망원경 과학자 "한국과 손잡고 3차원 우주 지도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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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우주망원경 과학자 "한국과 손잡고 3차원 우주 지도 제작"
한국, NASA '스피어렉스' 망원경 핵심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개발
천문연 "한국, 우주과학 자료 소비자에서 처음으로 생산자 돼"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한국과 손을 잡고 우주의 진화 역사를 규명할 3차원 우주 지도를 만들 예정입니다."
지난 6월 24일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tech·캘텍)의 캐힐 천문천체물리학 센터에서 만난 필 콘구트 박사는 한국의 우주과학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며 이같이 말했다.
콘구트 박사는 한국 천문연구원,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우주망원경 스피어렉스(SPHEREx) 개발을 이끄는 캘텍의 핵심 과학자다.
그는 한국이 적외선 영상분광 기술을 적용한 우주망원경(NISS) 개발에 성공한 것을 계기로 양국 과학자들이 힘을 합쳐 스피어렉스 우주망원경 개발에 착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NISS는 한국이 차세대 소형위성 1호에 탑재하기 위해 만든 망원경으로, 2018년 12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당시 천문연은 세계 최초로 적외선 영상과 분광 관측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우주망원경 NISS를 만들었고, 미국 과학계는 한국에 바로 '러브콜'을 보냈다.



영상분광은 전천(全天), 이른바 전 우주를 102개 색깔로 관측해 3차원 우주 전도(全圖) 제작을 가능하게 해주는 핵심 기술이다.
이후 캘리포니아공대와 천문연은 NISS 기능을 확장하는 스피어렉스를 만들기로 했고, 이 망원경은 예비 평가 과정 등을 거쳐 2021년 NASA의 공식 우주 탐사 프로그램으로 채택됐다.
콘구트 박사는 "전체 우주를 효율적으로 관측하는 우주망원경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고, 한국의 NISS는 우리가 관심을 두고 연구해온 문제들에 대해 유용한 해결책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 스피어렉스 관측 결과를 토대로 한국과 손을 잡고 3차원 우주 지도를 만들게 될 것"이라며 "한국은 우주 관측 분야에서 우리의 중요한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천문연은 영상분광 기술을 토대로 스피어렉스 프로젝트에 참여한 데 이어 이 망원경의 핵심 하드웨어인 극저온 진공 체임버 개발도 완료해 지난 6월 미국 현지 실험실에 설치했다.
이 장비는 스피어렉스가 우주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미리 기능을 검증하는 검·교정 기기로, 우주 환경과 같은 온도와 진공 상태를 구현한다.
특히 적외선 우주 망원경인 스피어렉스 성능을 고려해 기존 진공 체임버와 달리 적외선 광학 성능을 시험할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됐다.



진공 체임버 설치 작업에는 한국 천문연 소속 과학자들, 천문연 설계에 따라 이 장비를 제작한 한국기업 에스에이티 엔지니어들이 총출동했다.
한국 측 스피어렉스 개발 책임자인 정웅섭 책임연구원은 "스피어렉스 하드웨어의 1단계 미션을 완료했다"며 "이 망원경을 통해 전체 우주에서 은하의 위치를 표시하는 3차원 지도를 만들고 은하 형성과 진화를 연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피어렉스는 인류 역사상 최강의 우주 망원경인 제임스 웹 망원경(JWST)과 상호보완적인 역할도 할 전망이다.
박성준 책임연구원은 "스피어렉스는 전체 하늘을 다 찍기 때문에 이 관측 자료에서 새롭고 흥미로운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며 "제임스 웹 망원경은 이 결과를 토대로 특정 천체를 집중적으로 관측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천문연에 따르면 NASA는 적외선 기술이 적용된 우주 망원경에 대해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독보적인 영상분광 기술을 보유한 천문연은 이번 스피어렉스 프로젝트에서 유일하게 미국 소속 기관이 아닌 국제협력 기관으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천문연은 스피어렉스 관측 데이터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관측 자료에 바탕을 둔 핵심 과학 연구에도 참여하게 됐다.
양유진 책임연구원은 "한국은 그동안 다른 나라 기관이 생산한 우주 관측 자료를 받아 쓰던 소비자였으나 이제 처음으로 생산자가 됐다"며 "한국 천문학자들이 전 세계 과학계를 위한 중요한 데이터를 제공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조영수 선임연구원은 "스피어렉스 관측 자료는 전 세계 과학자들에게 공개될 예정이지만, 우리가 먼저 데이터를 본 뒤 중요하고 흥미로운 결과를 앞서 연구할 기회를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jamin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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