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선박?…中 측량선 스리랑카 입항에 인도 '긴장'
16일 중국 운영 함반토타항 도착…인도, 군사기지화 우려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 매체로부터 '스파이 선박'이라고 불리는 중국 측량선이 인도의 우려 속에 스리랑카에 입항했다.
AFP통신 등 외신과 인도 매체는 당국 관계자를 인용, 중국 선박 '위안왕5'호가 16일(현지시간) 스리랑카 함반토타항에 입항했다고 보도했다.
인도와 중국은 위안왕5호의 함반토타항 정박을 놓고 신경전을 펼쳐왔다.
외교 안보 전문가 등에 따르면 위안왕5호는 중국인민해방군의 전략지원부대가 운용하며 인공위성 탐지·추적용 첨단 장비를 갖춘 선박이다. 로켓은 물론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감시 등에도 사용될 수 있다.
중국 측은 위안왕5호가 측량선일 뿐이며 함반토타항에서 연료 등 필요 물품을 보충할 계획이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인도는 중국이 위안왕5호의 정박을 통해 함반토타항을 사실상 군사 기지로 사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부 인도 매체는 이 선박이 스파이 임무를 띠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스리랑카 정부는 인도와 중국 사이에 끼어 여러 차례 입장을 번복했다.
애초 스리랑카 정부는 지난달 이미 위안왕5호의 정박을 허용한 상태였다.
하지만 인도 정부는 입항 금지를 강력하게 요구했고 스리랑카 정부는 결국 지난 8일 중국 측에 11일 입항 예정이던 위안왕5호의 정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도 위안왕5호는 함반토타항으로 향했고 스리랑카 정부는 지난 13일 입항을 허가한다고 다시 밝혔다.
특히 함반토타항은 전략적으로 매우 민감한 곳이기도 하다.
함반토타항은 스리랑카가 중국 자본을 동원해 건설했으나 차관을 상환하지 못하면서 장기 운영권을 포기한 항구다. 스리랑카 정부는 2017년 중국 국영 항만기업인 자오상쥐(招商局)에 99년 기한으로 항만 운영권을 넘겨준 상태다.
인도 정부는 지난달 위안왕5호의 함반토타항 정박 추진 사실이 알려지자 안보와 경제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관련 사안을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측도 "중국과 스리랑카의 관계는 제3자를 겨냥하지 않는다"며 "제3자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스리랑카에 압력을 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맞섰다.
중국은 지난 몇 년간 인도 주변 남아시아 항구 등을 잇달아 개발하는 이른바 '진주 목걸이' 전략으로 인도의 신경을 자극해왔다.
양국은 2020년에는 5월 판공호 난투극, 6월 갈완 계곡 '몽둥이 충돌' 등 국경 분쟁지인 라다크 인근 지역에서 잇따라 충돌하면서 갈등이 깊어진 상황이다.
와중에 최근 심각한 경제난에 빠진 스리랑카에 대해서도 지원 등을 통해 영향력 확대 경쟁을 벌이는 분위기다.
특히 인도의 올해 스리랑카 지원 금액은 40억달러(약 5조2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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