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드 1한' 제기한 속내는 美 레이더 탐지역량 견제
미중 전략경쟁·북핵위기 심화 때 1한(限) 본격 쟁점화 가능성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이 기존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운용 제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배경이 주목된다.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엔 '사드 3불(不)'(사드 추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한미일 군사동맹 불참)이 '약속'이 아니라는 한국 정부 입장에 반박하는 맥락에서 중국 정부의 입장이 나왔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사드 3불은 '약속'이 아니라는 박진 외교부 장관 발언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자 "새로운 관리(지도자)는 과거의 장부(부채)를 외면할 수 없다"며 사드 3불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랬던 중국은 지난 9일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 직후 3불에 더해 사드의 운용 제한을 의미하는 1한(限) 문제를 공식 제기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는 정식으로 대외적으로 '3불-1한' 정책 선언을 했었다"며 "중국 측은 한국 정부의 이 입장을 중시한다"고 밝혔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중국 측이 사드와 관련, "안보 우려 중시", "적절한 처리" 등을 거론한 것의 의미와 한국에 배치된 사드 시스템의 운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 중국의 입장인지를 묻는 연합뉴스 질의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는 결국 사드 3불뿐 아니라 1한 역시 중국의 요구 사항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됐다.
중국이 거론한 '3불-1한 정책 선언'은 2017년 10월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의 국회 발언을 통해 천명한 한국 정부 입장을 말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때 '1한'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강경화 당시 장관 발언 다음 날 사드 문제를 봉합하는 합의문 형태로 발표된 '한중관계 개선 양국 간 협의 결과'(이하 협의 결과)에도 이미 배치된 사드 운용을 제한한다는 언급은 없다.
중국은 협의 결과 가운데 "한국에 배치된 사드 체계는 그 본래 배치 목적에 따라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 것으로서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해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는 대목을 사드 1한 주장의 근거로 삼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드 1한 문제는 중국 관영지가 거론한 적은 있었지만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는 윤석열 정부의 사드 정상화 움직임, 최근 수년간 더욱 악화한 미중 전략경쟁 등이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사드의 정상적인 운용을 막으려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드의 X-밴드 레이더(일명 사드 레이더)가 중국의 전략적 동향을 탐지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8월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사드를 '판도라의 상자'에 비유하면서 "미국은 사드가 중국까지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드의 레이더 탐측 거리가 1천㎞에 달해 중국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에 설치된 사드 레이더로 중국 동북 지역의 중국군 미사일 부대 동향을 탐지할 수 있게 되면 중국의 대미 억지력이 크게 훼손된다는 게 중국의 인식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중 간 유사시 미국이 중국발 미사일을 초기 단계에 탐지해 요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국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가 할 수 있다는 우려인 셈이다.
결국 중국의 사드 1한 제기는 사드 레이더의 탐지 범위가 중국까지 미치지 않도록 사드의 운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요구라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사드 레이더는 종말단계 요격용 모드로 설정시 탐지거리가 600∼800km 수준이나 전방 전개 요격용 모드로 설정할 경우 탐지거리가 1천km 이상, 최장 2천km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중 외교장관은 9일 회담에서 사드 문제가 양국 관계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했지만 민감성을 감안할 때 사드 1한 문제는 언제든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는 게 관측통들의 예상이다.
특히 대만 해협 위기 등에 따라 미중 전략경쟁 양상이 더욱 심화하거나 북한의 제7차 핵실험으로 한국의 대북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 강화 필요성이 제기될 경우 중국이 사드 1한 문제를 보다 더 공세적으로 제기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문제는 한중뿐 아니라 미중 사이에도 현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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