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LNG 수출제한 검토…일부국 가스난 부추길 수도
"'러 가스차단' 유럽·일부 아태지역 경쟁 심화"
"한국 등 장기계약 의존하는 국가엔 영향 미미"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천연가스 부국인 호주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의 축소를 검토한다고 미국 CNBC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BC에 따르면 호주 불공정거래 규제당국인 호주경쟁소비자위원회(ACCC)가 자국 동부 해안 지역에 내년 가스 공급량이 56페타줄(약 20만 5천t, 1페타줄은 약 3천666t)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며 내수 물량확보와 LNG 수출제한을 정부에 요청했다.
CNBC는 이 같은 조치 때문에 러시아로부터의 천연가스 공급 감소로 애를 먹고 있는 유럽 국가들과 아시아태평양 국가들 사이의 LNG 물량 확보 경쟁이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 국가들은 특히 겨울철에 대비해 저개발 아시아 국가들이 감당할 수 없는 높은 가격으로 가스를 사들이고 있다. 이로 인해 아시아 빈국들은 가스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기나 카스-고틀리브 ACCC 위원장은 호주의 천연가스 내수확보 메카니즘(ADGSM)을 발동할 것을 즉시 주문했다.
ADGSM은 내수 물량이 부족할 경우 가스 수출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호주 동부 해안 지역에서 소비되는 물량의 대부분은 천연가스 수출 회사들이 공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치가 도입되면 LNG 수입국들에 새로운 수급변화 압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LNG 가격은 러시아가 올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80% 상승한 상태다.
다만 CNBC는 LNG 공급을 위해 장기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국가들에는 영향이 거의 없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의 애널리스트인 샘 레이널드는 "LNG 수출제한은 장기계약으로 팔리지 않는 물량에 한해 이뤄질 것"이라며 "LNG의 70∼80%를 장기계약으로 구매하는 일본, 한국, 중국 같은 수입국에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주가 수출하는 LNG 물량의 대부분은 장기 계약이지만 장기계약 여력이 없는 나라들이 현물시장에서 더 비싼 값으로 사가야 한다.
최근 천연가스 물량 확보 경쟁이 붙으면서 현물시장으로 매수자들이 몰리고 있다.
CNBC는 ACCC가 수출 제한을 요구하고 있는 시장이 현물시장이라고 보도했다.
한편에서는 호주에 천연가스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천연가스 판매 로비단체인 호주석유생산탐사위원회(APPEA)는 내년 천연가스 내수 공급량이 부족하지 않다고 ACCC의 경고를 반박했다.
이 단체의 데이미언 드와이어 수석집행위원장 권한대행은 "천연가스를 수출해 온 이래 항상 국내 공급은 잉여상태였다"며 "수출과 내수 물량을 충분히 댈 수 있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kjw@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