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미·중 갈등에 '주가 상승'…"바이든, 마르코스 초청"
마날로 외교장관, 블링컨과 화상 회의 후 밝혀
동남아 전략적 요충지 놓고 양강 '끌어안기' 경쟁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이 동남아시아에서 영향력 확대를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전략적 요충지인 필리핀의 주가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엔리케 마날로 필리핀 외교장관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을 워싱턴에 초청했다고 전날 밝혔다.
마날로 장관은 필리핀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화상 회의를 한 뒤 이같이 말했다.
필리핀은 동남아의 군사·경제적 요충지로 미·중 양강이 영향력 확대를 위해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필리핀은 미국과 동맹이지만 전임 대통령인 로드리고 두테르테는 미국의 외교 정책을 비난하면서 중국에는 친화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마르코스의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필리핀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9일 실시된 선거에서 마르코스가 승리하자 전화를 걸어 당선 축하 메시지를 전하면서 동맹 관계를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5일 밤 필리핀에 도착한 뒤 다음날 마르코스 대통령을 예방했다.
미 국무장관이 필리핀을 방문한 것은 지난 2019년 2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이 두테르테 당시 대통령을 만난 이후 처음이다.
블링컨은 이 자리에서 "양국의 동맹 관계는 굳건하며 더 강해질 것"이라면서 "미국은 70년간 지속된 상호방위 조약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필리핀 해역을 자주 침범하는 중국을 겨냥해 "만약에 동맹이 공격을 받는다면 조약에 따라 우리가 방어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마르코스도 군사적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미·중 간에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 대해서는 다소 냉정한 입장을 취했다.
그는 "대만을 둘러싼 정세는 이미 예전부터 불안했다"면서 "펠로시의 방문으로 상황이 크게 악화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마르코스는 개인적으로 미국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을 지니고 있다.
그는 지난 1995년 하와이 지방법원이 마르코스 일가에 대해 부정축재한 20억 달러를 선친의 독재 치하에서 고통받은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라고 명령하자 이를 거부했다가 법정모독죄까지 추가됐다.
또 마르코스를 비롯해 모친인 이멜다는 3억5천300만 달러의 벌금이 부과됐다.
이와 관련 마닐라 주재 미대사관 측은 "국가 원수는 외교적으로 면책권을 지닌다"고 말했다.
중국도 마르코스 당선을 계기로 필리핀 끌어안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달 6일 마르코스 대통령을 예방해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그가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과 관련해 대화와 소통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하자고 제안하자 마르코스도 우호적인 해결 방법을 찾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 5월 11일 마르코스에게 당선 축하 전문을 보내 "좋은 업무 관계를 맺기를 바란다"고 전하면서 양국 관계 증진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이후 마르코스와 통화를 하면서 양국의 협력 증진을 위해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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