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누리 임무는 우주인터넷 실험·착륙 후보지 탐색
6종 장비 중 5종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내년 1년간 임무수행
제작에 국내 40개 기업, 13개 대학, 6개 출연연 참여
(세종·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연합뉴스) 문다영 기자·공동취재기자단 = 5일(한국시간) 미국에서 발사된 한국의 첫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KPLO·Korea Pathfinder Lunar Orbiter)는 우주인터넷 실험과 달 착륙 후보지 탐색을 위한 관측 등 임무를 맡는다.
임무 수행은 다누리가 달 상공 100km 궤도에 올해 말 성공적으로 진입한 후부터 이뤄질 예정이며, 기간은 내년(2023년) 초부터 말까지 1년간으로 계획돼 있다.
다만 남은 연료의 양에 따라 단축되거나 연장될 수 있다.
◇ 내년 초부터 과학장비로 임무수행
다누리는 달 주변 궤도를 돌면서 달을 탐사하는 '달 궤도 탐사선'이며, 대부분의 임무는 달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일이다.
다누리의 크기는 가로 3.18m, 세로 6.3m, 높이 2.67m이며, 질량은 약 678㎏다.
다누리는 내년 초부터 말까지 달 주변 궤도를 하루 12번 돌면서 주어진 과학기술 임무를 수행하고 안테나를 통해 관측 데이터를 지상국으로 보낼 예정이다.
다누리는 크게 본체와 탑재체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본체는 탑재체가 기능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부분이고 탑재체는 부여된 임무를 수행하는 과학 장비들로 구성되어 있다.
◇ 탑재 과학장비 6종 중 5종이 국내 기술로 독자개발
실린 과학장비는 총 6종이며, 이 가운데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섀도캠'을 제외한 나머지 5종은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됐다.
국내에서 개발된 5종의 장비는 고해상도카메라(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광시야편광카메라(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 자기장측정기(경희대), 감마선분광기(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자연)), 우주인터넷(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다.
고해상도 카메라는 최대해상도 2.5m로 관측폭 10㎞ 이상의 달 표면 관측 영상을 찍는다.
항우연은 고해상도 카메라로 얻은 달표면 정보를 활용해 달 착륙선 후보지를 탐색할 계획이다.
우리 정부는 다누리의 후속사업으로 2030년 초까지 1.5t급 달 착륙선을 개발해 한국형발사체를 통해 자력으로 발사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광시야편광카메라는 달 전역에 대한 다파장 편광영상과 티타늄 지도를 작성한다.
편광영상을 통해 달 표면 입자를 관찰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대기가 없는 달 표면에서 우주 풍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상세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또 티타늄 관찰을 통해 달의 우주자원 분포를 파악하고 월면의 마그마 고체화 과정을 연구한다.
감마선분광기도 달 표면의 자원 탐사를 위해 활용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최소 6개월 이상의 감마선 측정자료를 수집해 달 원소지도를 제작할 예정이다.
자기장측정기는 ±1000 nT(나노테슬라, 자기력속의 밀도단위) 범위 내의 달 우주공간 자기장을 측정하는 데 활용된다.
◇ 심우주 탐사용 우주 인터넷 시험 주목…ETRI 개발
국내 탑재체 중에 특히 주목할 만한 장비는 우주인터넷 장비다.
ETRI가 만든 우주인터넷 장비를 활용한 심우주 탐사용 우주 인터넷시험(DTN, Delay/Disruption Tolerant Network)은 세계 최초로 시도된다.
연구진은 달궤도와 지구 상에 있는 우주인터넷 노드 사이에서 메시지와 파일을 전송하고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을 할 예정이다.
우주인터넷 기기에 저장된 파일에는 ETRI 홍보영상, DTN 기술 설명 영상을 비롯해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노래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있으며, 이 파일을 재생해 지구로 보내는 시험이 이뤄진다.
지구 상에 있는 우주인터넷 노드로는 한국심우주안테나(KDSA, Korea Deep Space Antenna)에 연결된 항우연 과제센터, ETRI 우주인터넷 통신센터, 착륙선 통신모듈, 로버 통신모듈, NASA의 노드가 있다.
◇ 국내 40개 기업·13개 대학·6개 출연연 참여
탑재체와 본체 제작에는 국내 40개 업체(대기업 6개, 중소기업 34개)와 대학교 13개, 출연연 6곳이 참여했다.
산·학·연에 집행된 예산은 2016∼2022년의 다누리 사업 총 사업비 2천367억원의 약 36%인 852억원이다.
기업들은 달 궤도선 본체와 시스템, 구성품, 시험 장비 설계와 제작, 최종 조립에 힘을 보탰다. 본체의 추진 시스템은 한화시스템이 맡았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구조체 시제작과 조립시험 지원 등을 했다.
이 중 지구와 수십만㎞ 떨어진 곳에서도 통신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장비인 심우주지상시스템(KDGS, KPLO Deep Space Ground System)도 국제 협력을 통해 국내 산업체에서 개발됐다.
이 시스템은 경기 여주에 구축됐으며, 투입된 사업 예산은 248억원이다.
SK브로드밴드가 심우주지상안테나를 개발했으며, 지상운영시스템에는 KCIE, 세트렉아이, 한컴인스페이스, 비욘디솔루션, 솔탑 등이 참여했다.
이 안테나는 S-/X- 대역 통신 링크를 통해 궤도선의 상태를 점검하고 원격명령을 전송하며 탑재체 데이터 수신 등 궤도선 운영하는 데 사용된다.
주 반사판 크기 직경이 35m로 국내 최대 크기다. 아리랑과 천리안 등 지구궤도위성의 안테나 크기가 7∼13m 수준이다.
다만 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달탐사사업단장은 공동취재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여주 안테나는 처음 만든 것으로 교정작업이 필요하다"며 "다누리가 달에 간 이후에 여주 안테나를 메인 안테나로 사용할 것이며, 달에 가는 동안은 검증작업이 계획돼있다"고 했다.
◇ 'NASA 개발' 섀도우캠도 탑재…물 존재 확인할까
다누리에 실린 유일한 외산 장비는 미 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탑재체인 '섀도캠'이다.
섀도캠은 해상도 약 1.7m의 카메라를 이용해 달 남북극 지역의 영구 음영지역을 고정밀 촬영하는 장비다.
섀도캠은 물과 수산기(OH-)의 시공간적 분포를 조사하고 물이 존재할만한 장소의 지형과 접근성, 지질학적 특성을 조사한다.
NASA는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향후 달 극지역 착륙 후보지에 대한 기초자료를 확보하고 물을 포함한 다양한 물질의 존재 여부를 파악할 계획이다.
섀도캠 장착은 지난해 5월 우리나라가 미국이 주도하는 유인 달탐사 국제협력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가입함에 따라 이뤄졌다.
항우연은 지난 2016년 12월 NASA와 협력이행약정을 체결해 다누리에 섀도캠을 싣고, NASA가 다누리의 항행을 돕는 데 합의했다.
NASA는 다누리를 24시간 지속 추적할 수 있도록 필요할 때 70m급 안테나를 포함한 NASA의 심우주통신망(DSN, Deep Space Network)를 이용한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한국의 첫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가 5개월간의 여정을 헤쳐 나가도록 NASA가 도와 주고, 다누리가 달 궤도에 도착한 후에는 섀도우캠으로 정보를 수집해 미국이 주도하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기여하는 것이다.
[뉴스그란데] 다누리가 스페이스X 팰컨9 타고 달로 간 이유는?(f.아폴로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달 탐사 역사)
zer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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