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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대만 경제보복 반도체 빼고 식품만…확전 땐 '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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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대만 경제보복 반도체 빼고 식품만…확전 땐 '자해'
과일·생선·과자 등 주된 표적…아직 상징적 수준 평가
자국피해 가능성에 대만 주력산업 확전 자제…봉쇄 장기화 땐 대만경제 부담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하나의 중국 원칙' 마지노선을 넘은 도발로 간주하는 중국이 대만을 향한 사실상의 경제 제재에 나섰지만 주된 표적이 일부 농식품에 그쳐 아직은 상징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등 전기·전자 산업이 발달한 대만은 중국의 전체 산업 공급망에서 대체가 어려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중국이 자해와 같은 행동이 될 대만 제재 전면 확대에는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후 중국의 대만 압박은 크게 침공 연습 성격의 군사 훈련과 대만에 경제적 고통을 안기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경제 제재 양 갈래로 전개 중이다.
경제 제재는 비관세 장벽을 동원한 농수산물과 일부 가공식품 수입 중단에 초점이 맞춰졌다.
중국 당국은 3일부터 대만에서 자몽, 오렌지 등 감귤류 제품과 냉장 갈치, 냉동 전갱이 등 일부 해산물이 수입되는 것을 금지했다.
또 30여개 대만 기업이 생산하는 과자와 음료 등 일부 가공식품 수입도 막았다.
아울러 중국은 건설 자재, 반도체 웨이퍼 원료 등으로 쓰이는 모래의 대만 수출도 막았다.
중국은 유해 물질 검출, 행정 등록 규정 위반 등 다양한 이유를 들었지만 공교롭게도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직전 발표된 일련의 수출입 금지 조치가 과거 한국의 '사드 보복' 때처럼 '대만 징벌'의 일환이라는 점은 명백해 보인다.
중국의 이번 조치로 대만의 일부 농어민은 당장 대체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특히 갈치의 경우 대만 갈치 수출이 그간 오로지 중국에만 이뤄진 탓에 현지 어민과 수출업자들의 피해가 클 전망이다.
이 밖에도 감귤류(80%), 냉동 전갱이(50%) 등의 중국 수출 비중도 높은 편인데 이는 중국이 자국 수출 의존도가 높아 제재 효과가 큰 상품을 사전에 치밀하게 선정했다는 추정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천지중 대만 정부 산하 농업위원회 주임은 감귤류와 갈치, 전갱이의 연간 중국 수출 규모가 8억 대만달러(약 350억원)에 달한다면서 관련 농어업인에게 피해가 나지 않도록 긴급 대체 수출처를 확보에 지원금을 제공하고 가공식품 등 국내 소비 확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모래 수출 금지의 경우 대만에 끼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대만은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 1만5천여t의 모래를 수입했는데 이는 이 기간 대만 모래 수입량의 2%가량에 그친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만이 수입한 모래 중 중국산 비중은 80%에 육박했지만 양안 관계의 악화 속에서 중국산 모래 의존도가 크게 떨어졌다. 현재는 호주가 대만의 최대 모래 수입국이다.
결국에는 중국이 대만을 벌주겠다면서 관영 매체들을 동원해 요란스럽게 선전을 하고는 있지만 수출입 제재 대상이 대만의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작은 농산물, 그것도 일부 품목에 집중된 양상이다.
눈여겨볼 부분은 대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반도체 등 전기·전자 산업은 제재 대상에서 완전히 비껴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대만산 농수산식품 수입이 전체 대만 상품 수입에서 차지한 비중은 0.23% 수준이다. 대만의 중국 수출 중 반도체를 포함한 전기·전자 제품과 기계류 비중은 80%가 넘는다.
따라서 올해 상반기에만 1천650억 달러(약 216조원)에 달한 중국과 대만 간의 교역 규모를 고려해본다면 일부 농수산식품에 국한된 중국의 경제 제재는 아직 대내외 선전 효과에 초점이 맞춰진 상징적 조처로서의 성격이 강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싱가포르의 산업 분석 전문가인 제논 캡론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이와 같은 일은 상징적인 것으로 충격이 따르지는 않는다"며 "지금 중국 본토 관리들은 상징적 무역 장벽을 세우는 데서 더 나아가 뭔가 더 충격을 줄 수 있는 것을 찾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지만 중국과 대만의 산업이 수십년 간의 경제 교류를 통해 끈끈한 상호 보완적 관계를 형성한 상황에서 중국이 오로지 대만에만 고통을 주는 경제제재 수단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중국 산업이 대만의 주력 산업인 전자, 기계 산업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대만의 주력 산업을 겨냥한 제재를 가동하는 것은 곧 자신에게 칼을 겨누는 행위와 마찬가지의 결과를 초래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미중 갈등 격화와 중국만이 고수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중국 투자 매력도가 떨어져 가는 상황에서 오랜 기간 중국 경제 성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대만 기업들의 투자 이탈이 가속한다면 이 또한 중국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아이폰을 위탁받아 제조하는 폭스콘 같은 대만 기업들은 초대형 공장 한 곳에서만 수십만명을 고용한다. 대만 기업이 밀집한 상하이 인근 전기·전자 소재 생산 거점 도시인 쿤산시의 경우 지역 경제가 대만에 좌우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만 기업인들의 존재감이 크다.
중국 경제학자인 훙하오는 "대만의 기업들은 주요 중국 투자자여서 대만은 중국의 일부와도 같다"며 "대만을 제재하는 것은 돌을 들어 자기 발에 떨어뜨리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집요하게 중국의 최대 약점인 '반도체 아킬레스건'을 겨냥한 공세를 퍼붓는 상황에서 중국이 대만과 경제 전면전을 벌이면 첨단 반도체 생산을 의존하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TSMC를 비롯한 대만의 주요 반도체 기업과의 협력 관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에 커다란 고민을 안긴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 속에서 '중국판 TSMC'인 SMIC(中芯國際·중신궈지)가 빠르게 성장 중이지만 중국의 주요 업체들은 아직 스마트폰용 SoC(시스템온칩) 등 첨단 미세공정 적용 반도체를 TSMC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캡론은 "중국 본토가 당면한 과제는 대만에서 나오는 고급 칩과 기술에 매우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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