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1차적 군사·경제적 반격 타깃은 대만에 집중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2일 대만 방문에 대한 중국의 군사 및 경제적 '반격'은 일차적으로 대만에 집중되는 형국이다.
미국을 향해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릴 것", "불장난하면 불에 타 죽는다"는 등의 강경 언사를 쏟아냈지만, 미국을 직접 겨냥한 군사행동은 3일 오전 현재까지 하지 않았다.
우선 중국은 2일 밤부터 대만 주위의 해·공역에서 연합 군사행동을 개시했다. 중국 군용기들이 2일 밤늦게까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다.
4일 12시부터 7일 12시까지 중요 군사훈련과 실탄사격을 실시한다고 밝힌 해역들을 연결하면 대만을 포위하는 형세다.
대만 국방부는 이날 "중국의 훈련은 대만의 영공과 해상을 봉쇄하는 것과 같다"고 규탄했다.
특히 대만 남쪽 가오슝 앞바다의 실사격 훈련 해역이 1996년 3차 대만 해협 위기 때와 비교할 때 크게 확장된 것으로 보인다고 대만 연합보가 3일 보도했다.
이를 두고 믈라카 해협을 통하는 수송망 차단을 겨냥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믈라카 해협은 말레이반도 남부와 수마트라섬 사이에 있는 해협이다.
중국은 또 중국산 천연모래와 대만산 감귤류 과일, 냉장 갈치, 냉동 전갱이 등 일부 품목 수출입 잠정 중단 조치와 대만 독립 성향으로 분류한 2개 대만 측 기금회와의 협력 차단 등 대만을 겨냥한 사실상의 경제 제재에도 착수했다.
반면, 미국을 향한 1차 조치는 주중 미국대사 심야 초치와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입장 표명과 같은 외교적 수단이었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가기 전 중국 관영 매체와 관변 언론인 등은 펠로시를 태운 항공기가 미군기 호위를 받으며 대만에 진입할 경우 주권 침해로 간주해 방해 비행 또는 격추 등의 옵션을 쓸 권한이 있다고 경고했지만 펠로시의 전용기는 중국군의 별다른 방해를 받지 않은 채 대만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펠로시 전용기가 대만에 갈 때 중국이 대부분 해역에서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를 통과하는 항로 대신 우회 항로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미·중 간에 서로 '선'은 넘지 않기로 하는 모종의 사전 조율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낳고 있다.
중국이 1차적으로 내놓은 조치만 보고 중국의 대응 기조를 속단하는 것은 무리다.
다만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때 대미 보복보다는 주로 한국에 보복성 조치를 쏟아냈던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중국의 실질적 군사 및 경제적 조치가 대만 쪽에 집중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일각에선 중국이 대미 강경 행동의 수위를 조절하며 '와신상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걸린 가을 제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미중 관계 긴장은 불가피한 것으로 여기되 군사적 충돌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있는 고강도 대응은 피하려는 게 중국의 속내라는 분석이다.
미국에 대한 경제 보복 역시 미국의 반격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에서 선택지에 없다. 중국 당국은 가뜩이나 안 좋은 자국 경제를 되살리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만을 향한 중국의 고강도 군사적 압박에 미국이 군사적 억지력을 동원해 맞설 경우 상황은 달라질 전망이다.
이 경우 이번 사태는 대만 해협에서 미·중의 전력이 대치하는 '일촉즉발'의 위기 국면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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