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대만행에 미중관계 격랑에…'가드레일' 작동할까
사활 건 전략경쟁 속 신뢰 미미한 양국관계 현주소 드러내
美중간선거·中당대회 앞두고 갈등 심화 전망…미중관계 또 시험대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2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신냉전'으로불려온 미중관계는 당분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격랑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중국은 펠로시의 대만 방문 추진이 지난달 중순 외신에 보도된 직후부터 군사적 대응까지 시사하며 강력 경고해왔던 터라 수위 높은 대응이 불가피해 보인다.
중국은 대만에 대한 주권 주장과 '하나의 중국' 원칙을 국제사회에 확인시키기 위한 조치에 나서고 미국도 그에 맞서면서 양국 관계는 최소한 단기적 갈등 심화를 면키 어려워 보인다.
◇ 전략경쟁 속 불신 심화, '위기' 의식하면서도 브레이크 못 걸어
중국의 반복적이고 강도 높은 경고 속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국방부 의견'임을 거론하며 사실상 우려를 표하면서 한때 방문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펠로시 의장은 미군의 '호위' 속에 미국 하원의장으로는 25년 만에 대만을 찾았다.
상호 신뢰가 빈약한 가운데 갈등 증폭 요소를 미리 인지하고도 그것을 통제하기 어려운 두 대국 관계의 현주소를 드러낸 일로 평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달 9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 계기에 인도네시아에서 만나 5시간 이상 협의했을 때만 해도 미중이 관계 관리 모드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미중 전략경쟁의 거센 물결 속에 한 정치인의 개인적 신념 및 어젠다와 결부된 '변수'를 양국관계 악화를 막는 방향으로 관리할 동력과 의지가 양국 사이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미국대로 여야가 공히 중국 때리기에 나선 상황에서 중국에 양보하거나 중국을 배려하는 행동을 하기 어렵고, 중국도 반미를 국민 결속에 적극 활용해온 상황에서 미국에 유연한 대응을 할 여지가 좁았던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 美 11월 중간선거·中 가을 당대회 앞두고 양보 가능성 작아…탈선 막을 '가드레일' 작동 주목
당장 중국의 '반격'과 미국의 맞대응으로 양국 관계는 또 한 번 저점을 찍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중국이 미국과의 정면충돌을 피하며 대만에 대한 압박 강화에 대응의 초점을 맞출 가능성도 일각에서 거론되지만 그렇더라도 큰 틀에서 미중 갈등 악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그동안 미국이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등을 결성하고,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을 제정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대중국 포위·압박에 나서는 동안에도 중국은 외교 대변인을 통해 반발하고 경고 메시지를 전하는 선에서 대응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번 사안을 대만에 대해 주장해온 '주권'과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엄중 도전으로 규정하고 그 입장을 미국은 물론 자국민에게도 반복적으로 강조해온 만큼 말로 하는 대응의 수준은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미국대로 그간 전개해온 동맹 및 우호국 규합을 통한 대 중국 압박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모두 2∼3개월 앞으로 다가온 중요 정치 일정과 연계해가며 최대 대외 현안인 미중관계에 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11월 바이든 행정부 하반기 국정동력을 좌우할 중간선거(상·하원 의원 및 주지사 등 선출)를 앞두고 있고,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 연장 여부가 결정되는 당 대회를 10월께 치러야 한다.
중대 정치 일정을 앞두고 서로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가 적어 결국 현재의 미중 갈등은 당분간 심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당장은 우세해 보인다.
그러나 앙국 모두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전 세계적 식량·에너지 위기 조짐 속에 인플레이션(미국)과 성장세 둔화라는 국내 경제의 난제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미중관계가 군사적 충돌을 포함한 파국으로 치닫는 것만은 서로 피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 미국 고위 인사들이 줄곧 거론해온 미중관계의 '가드레일(guardrail·탈선방지용 난간)'을 위기 국면에서 가동할 수 있을지를 놓고 두 대국이 또한번 시험대에 선 셈이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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