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고공행진 이어가는 물가, 경기침체 최소화할 특단대책 마련해야
(서울=연합뉴스)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같은 달보다 6.3% 올랐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 6월에는 6.0% 올랐는데 두 달 연속 6%대 이상을 기록한 것도 23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소비자가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더 가까운 생활물가지수 역시 7.9% 올라 1998년 11월(10.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상승률은 4.5%로 2009년 3월(4.5%) 이후 가장 높았다. 물가 상승은 실질소득의 감소를 의미하니, 서민들의 경제적 고통이 날로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대에 진입한 뒤 올해 3월(4.1%)과 4월(4.8%)에 4%대에 올라섰다가 지난 5월 5.4%를 기록한 뒤 한 달 만에 6%대에 진입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는 추세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도 어느덧 진부한 표현이 되어버렸다.
지난달은 폭염과 잦은 비로 채소류 가격이 25.9% 급등하며 밥상 물가를 자극했다. 배추 가격은 1년 새 72.7% 뛰어올랐고, 상추(63.1%), 시금치(70.6%)를 비롯한 잎채소와 오이(73.0%), 파(48.5%) 등도 급등세를 이어갔다. 축산물 가격도 수입 쇠고기(24.7%), 돼지고기(9.9%)를 중심으로 6.5% 상승했다. 외식 물가는 1년 전보다 8.4% 뛰어 1992년 10월(8.8%) 이후 거의 3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곡물가 급등에 따른 재료비 인상 요인이 누적된 데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외식 수요가 늘어난 결과다. 역시 서민 생활비와 직결되는 전기·가스·수도는 15.7% 뛰면서 상승률 집계가 시작된 2010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달부터 전기·가스 요금 인상분이 반영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당시 일시 감면된 지역 상수도 요금이 다시 올라간 탓이다. 다만 국제유가 하락 덕분에 석유류(35.1%)는 올해 들어 처음 전달(39.6%)보다 상승 폭이 둔화했다.
상황이 이러한 만큼 오는 25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물가 관리가 최우선 목표인 한은 입장에서 최근의 인플레이션은 방치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물가 못지않게 걱정되는 부분은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 심리다. 한은 조사에 따르면 향후 1년의 기대 인플레는 4.7%로 6월(3.9%)보다 0.8%포인트(p)나 더 올랐다. 2008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고 수준이다. 기대 심리가 강해지면 실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임금 인상→물가 상승'의 악순환을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으로 한미 간 기준금리가 역전된 것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다만 아직은 물가 흐름이 "6%를 넘은 뒤 2∼3개월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존 전망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한은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빅 스텝'이 아닌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 대응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뛰는 물가를 잡으려 금리를 급하게 올리면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를 냉각시킬 위험이 크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1일 "(상승률이) 6%를 넘으면 훨씬 더 큰 비용이 수반될 수 있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거시적 측면에서는 물가 오름세가 꺾일 때까지는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 데에도 그러한 고심이 담겼다. 정부 안팎에선 물가가 가을쯤 정점을 찍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여기에는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 공급망 문제 등의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현 사태가 대체로 외생적 요인에 의한 것이어서 물가 당국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기는 쉽지 않겠지만, 위기 때 실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진정한 내공이라 할 수 있다. 비상시에는 비상한 대책이 필요한 법이니, 당국은 모든 상상력을 동원해 난국을 타개할 창의적 해법을 내놓기 바란다. 물가와 경기는 어느 하나를 포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국회도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민생고 해결에 비상한 각오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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