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깃발 훔쳐 침대 시트로 사용…스리랑카 남성, 경찰에 체포
"시위 도중 관저 침입해 가져가"…SNS에 영상 올렸다가 들통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시위 도중 훔친 대통령 공식 깃발을 침대 시트로 사용한 스리랑카의 한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AFP통신 등 외신과 스리랑카 매체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지 경찰은 대통령 관저를 침입해 대통령기 두 개를 훔친 혐의로 노동조합 지도자 우데니 칼루탄트리를 체포했다고 이날 밝혔다.
칼루탄트리는 이 깃발을 침대 시트와 사롱(남아시아 등에서 허리에 두르는 의상)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은 그의 아들이 관련 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면서 들통났다.
SNS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한 남성이 대통령기로 덮인 침대 위에 비스듬히 누운 채 화면을 보며 현지어로 말을 이어간다.
경찰 관계자는 비디오 영상을 통해 그의 신원을 확인했다며 "그는 수사관에게 또다른 깃발은 태워버렸다고 말했지만 우리는 그 깃발이 사롱으로 사용된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일 수도 콜롬보 등에서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렸고 시위대는 대통령 집무동과 관저로 난입했으며 총리 관저도 불태웠다.
이 과정에서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은 급히 군기지로 몸을 피한 후 해외로 도피했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몰디브를 거쳐 현재 싱가포르에 머물고 있으며 지난 14일 국회의장에게 사임계를 이메일로 보내 다음날 수리됐다.
이후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가 국회에서 신임 대통령으로 선출됐으며 당국은 치안 회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리랑카 정부는 지난 27일 불법 집회를 주도했다는 혐의로 반정부 운동가 2명을 체포했고 의회는 비상사태 연장안도 통과시켰다.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군에 민간인 체포, 집회 금지, 수색 등의 권한이 주어진다.
스리랑카는 주력 산업인 관광 부문이 붕괴하고 대외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지나친 감세 등 재정 정책 실패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했다.
지난 5월 18일부터는 공식적인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로 접어든 가운데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지원 협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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