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법 통과에 삼성전자 등 수혜…中 견제엔 셈법 복잡
미, 하원 반도체법 가결…미 공장 건설 삼성전자 등 수혜
中 견제 성격 짙어…중국 사업 비중 큰 국내 기업에 부담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김철선 기자 = 미국이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만든 '반도체 칩과 과학법'(반도체법)이 미 의회의 문턱을 넘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도 수혜가 예상된다.
다만 이 법안은 반(反)중국 성격을 띠고 있어 중국 사업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 미국에 공장 지으면 25% 세공제…삼성전자 등 수혜
29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 하원은 전날(현지시간) 반도체법에 대한 표결을 진행해 찬성 243대 반대 187로 법안을 가결했다.
이 법안은 미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과 기술적 우위 유지를 위해 2천800억달러(약 363조5천억원)를 투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건립 지원 390억달러, 연구 및 노동력 개발 110억달러, 국방 관련 반도체칩 제조 20억달러 등 반도체 산업에 520억달러가 지원된다.
또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25%의 세액 공제를 적용한다.
법안이 발효되면 미국 내 반도체 투자를 약속한 삼성전자를 비롯해 인텔, 대만 TSMC 등이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2조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현재 기둥 시추와 배수로 설치 등 기초공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받는 수혜 규모는 더 확대될 수 있다. 향후 20년에 걸쳐 총 1천921억달러(252조6천억원)의 투자금을 들여 미 텍사스주에 반도체 공장 11곳을 신설하는 중장기 계획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도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앞서 이달 2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화상 면담에서 미국에 220억달러(약 29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메모리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 시설 건립 구상을 공개했다.
계열사인 SK하이닉스[000660]는 총투자금액 220억달러 가운데 150억달러를 후공정인 어드밴스트 패키징(Advanced Packaging)의 제조 및 반도체 관련 연구개발(R&D)에 투자할 예정이다.
◇ '칩4' 가입 압박도 커질 듯…국내 기업에 부담될 수도
다만 반도체법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는 것은 부담이다.
법안에는 보조금을 받는 기업에 대해 향후 10년간 중국을 비롯한 비(非)우호 국가에서의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반도체법에 따라 지원을 받을 경우 중국 내 사업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0%가 넘는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우시 D램 공장, 충칭 후공정 공장, 인텔로부터 인수한 다롄 낸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중국 투자 제한 조항에 대해서는 미국의 반도체 업계도 반대하고 있어 최종적으로 법안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아울러 반도체법 통과를 계기로 미국은 한국에 반도체 동맹인 '칩(Chip)4' 참여 압박의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칩4는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지난 3월 한국·일본·대만에 제안한 반도체 동맹이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기업들이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이익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한국의 경우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달한다"며 "향후 중국 내 사업에 제한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미중 간에 기술 패권과 경제 안보 패권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데 우리 기업은 미국과 중국 양쪽 관계를 다 소홀히 할 수 없다"며 "양쪽에 최선을 다해서 협업할 것은 협업하고, 양해를 구할 것은 양해를 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ih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