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파키스탄에 석유 판매 기피…에너지 위기 고조
"스리랑카 상황은 절망적…파키스탄도 극도로 취약하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스리랑카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 국가들의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8일 보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례 없는 에너지 부족 현상이 장기화한 가운데 국제 연료 공급업체들이 대금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이들 국가에 판매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리랑카와 파키스탄 등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스리랑카의 경우 지난 5월 18일부터 공식적인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로 접어들었고, 근래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의 해외 도피라는 악재에 연일 시위가 끊이지 않는 등 혼란에 휩싸인 상태다.
스리랑카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지원 협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자국 루피화 폭락과 외화 부족으로 석유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스리랑카에선 수개월째 정전이 일상화하고 주유소마다 기름을 사려는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으며, 폭동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런 가운데 스리랑카에 석유를 공급하는 이웃 국가 인도의 공급 업체들은 최근 '선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대금을 먼저 받고 석유를 건네겠다는 것이다.
방글라데시 상황도 심상치 않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최근 디젤 발전소 가동 중단 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해 익명의 방글라데시 관리는 디젤 비축량이 한 달분 정도인 상황에서 비축량을 지킬 목적으로 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고 예정된 정전을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파키스탄 역시 심각한 경제난 속에 에너지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받았다가 감당 못 할 수준으로 대외 부채가 많아진 파키스탄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겹쳐 말 그대로 수렁에 빠졌다.
무엇보다 외화가 부족한 파키스탄은 천정부지로 오른 석유를 살 돈이 없고, 파키스탄에 석유 판매를 희망하는 국제 공급업체들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에너지 시장 분석업체인 보르텍사 자료에 따르면 이달 19일 현재 파키스탄의 경유·휘발유·연료유 수입이 전달 동기 대비 15% 줄었다.
블룸버그는 은행들이 파키스탄의 에너지 수입에 대한 자금 조달을 축소하고 있으며, 일부는 이전보다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비용은 파키스탄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키스탄 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에너지 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150% 늘었고, 이 비용은 전체 수입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라지브 비스와는 "외화 보유가 적고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들에서 위기가 심화했다"면서 "스리랑카 상황이 절망적이며 파키스탄도 극도로 취약하다"고 짚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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