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46년만의 최악 가뭄위기에 "머리도 매일 감지 마세요"
물사용 제한 등 대응조치 위해 '가뭄' 공식 선언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영국이 기록적 폭염에 이어 이번에는 최악의 가뭄 위기에 직면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영국에서 지금의 건조한 날씨가 계속 이어질 경우 내달 물 사용 제한 등 대응 조처를 위해 가뭄이 정식 선언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영국 정부는 가뭄을 크게 네 단계로 분류한다.
단계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가뭄이 선언되면 밭에 물을 대는 것이 제한되거나 야외 수돗물 호스 사용 금지 조처 등이 지역에 따라 강제 시행될 수 있다.
영국은 7월 강수량이 평년의 20% 수준에 그치는 등 건조한 날씨가 수개월째 지속되는 상황이다.
영국 동부 등 일부 지역으로 한정하면 강수량이 평년의 4%에 불과한 곳도 있다. 특히 올 상반기 기준 영국의 기후는 최악의 가뭄 피해를 본 것으로 기록된 1976년 이후 46년 만에 가장 건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왕립기상학회장인 리즈 벤틀리는 향후 몇 주간 건조한 날씨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하천과 강, 저수지 수위가 굉장히 낮아진 상태여서 매우 심각한 상황이며,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BBC에 말했다.
정부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26일에는 농업단체와 환경 전문가, 정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영국 환경청 산하의 가뭄 대응 전담기구인 NDG(National Drought Group) 회의가 당초 계획한 10월보다 앞당겨 소집됐다. 상황의 시급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국은 영국인들에게도 일상생활에서 물 사용량을 줄이자고 호소한 상태다.
구체적으로 정원에서는 물 낭비 가능성이 있는 호스를 사용하지 말고, 욕조에 물을 받아 목욕하는 대신 간단한 샤워를 하라고 권고했다. 머리를 매일 감는 것 역시 삼갈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일반 가정에 물 절약을 호소하기보다는 영국 내 노후한 수도관 등을 통한 물 낭비를 막기 위한 대책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실제 잉글랜드와 웨일스에 있는 노후 수도시설의 경우 낭비되는 물이 매일 30억L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자유민주당의 팀 패런은 "영국은 1976년 이후 최악의 가뭄 위기에 직면했지만, 정부 내각은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는 당장 수도회사들에 가능한 한 빨리 노후 설비를 보수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허비할 시간이 없다"고 주장했다.
shi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