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권 후퇴에 비상 걸린 美민주당, 하원서 피임권 보장법 처리
낙태·동성혼 이어 입법 드라이브…여야 동수 상원 통과는 불투명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 하원은 21일(현지시간) 피임 접근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법안을 민주당 주도로 처리했다.
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이 같은 법안을 찬반 228 대 195로 처리했다. 민주당 의원 220명이 전원 찬성했고, 공화당 의원 중에서는 8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 법안은 일반인이 피임약이나 피임 기구에 접근할 수 있고 의사가 이를 처방할 수 있는 권리를 연방정부 차원에서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번 법안은 연방대법원이 지난달 헌법상 보장된 권리가 아니라는 이유로 연방 차원에서 낙태권을 보장해온 판례를 파기한 이후 피임 접근권 역시 같은 논리로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민주당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보수 성향의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은 당시 판결문 보충의견에서 대법원이 앞으로 피임, 동성애, 동성혼을 보장한 판례의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판결 이후 일부 보수 성향 주 의회에서는 피임 접근권을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또 12개 주는 보건 서비스 제공자가 피임약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낙태권을 옹호해온 민주당은 대법원 판결 이후 낙태권과 다른 유사 권리가 침해받지 않도록 연방 차원의 입법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례로 하원은 지난 20일 동성간 및 모든 인종간 결혼을 보호하는 법안을 처리했다.
지난 15일에는 연방 차원의 낙태권을 인정하고 낙태를 위해 다른 주(州)로 이동하는 여성에 대한 처벌을 금지하는 법안을 민주당 주도로 처리했다.
민주당이 입법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진보 진영 등 전통적 지지층은 물론 낙태권 후퇴에 반대하는 여성 등 지지층 저변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을 낳았다.
하지만 공화당은 낙태나 피임 문제에 대해 연방이 아닌 주가 결정할 사안이라는 기조 속에 완강한 반대 입장을 밝혀 실제로 여야 동수인 상원 통과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높다.
다만 동성간 결혼(동성혼)을 연방 차원에서 인정하는 법안의 경우 공화당 상원 의원 중에 찬성하는 이들이 나올 수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도 있다.
실제로 하원을 통과한 낙태권 인정법안에는 공화당 의원 전원이 반대했지만, 동성혼 인정 법안을 처리할 때는 공화당 의원 47명도 찬성표를 던졌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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