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찾은 헝가리외무 "가스공급 추가요청"…러 "고려할 것"
"러 화답엔 'EU 제재 균열' 의도 깔린 듯" 분석도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상대로 에너지 금수 조치에 나섰지만 회원국인 헝가리는 자국 에너지 수급난을 타개하기 위한 독자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시야르토 페테르 헝가리 외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모스크바를 이날 방문해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만난 사실을 알렸다.
시야르토 페테르 장관은 "러시아로부터 가스를 확실히 공급받는 방안을 요청했다"며 "헝가리의 난방 수요가 오르기 전에 더 많은 가스를 구매하기 위해 협상 중"이라고 전했다.
이날 페테르 장관은 라브로프 장관 외에도 노박 알렉산드르 러시아 부총리 등과도 회동하며 가스 추가 공급을 요청했다.
헝가리는 지난해 러시아 에너지업체 가스프롬과 15년간 35억㎥의 가스를 불가리아 및 세르비아를 경유하는 파이프라인으로 조달하는 계약을 맺었다. 헝가리는 원유의 65%, 가스의 80%를 러시아에서 구매한다.
특히 헝가리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빚어진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비하겠다며 지난 13일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수급난 해결에 나선 상태다. 기존 계약에 더해 7억 ㎥의 가스를 추가로 받길 원한다는 게 헝가리의 입장이다.
러시아는 이런 헝가리의 요청에 화답하는 모양새다.
러시아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헝가리의 가스공급 추가 요청은 고려할 대상이다. 양국의 관계에 감사하고 있으며 양측 간 대화는 지속적이고 전략적 속성을 지닌다"고 언급했다고 AFP 통신 등이 전했다.
이 같은 긍정적 뉘앙스에는 대러시아 제재 노선을 굳건히 지키려는 서방 진영 내에 균열을 일으키겠다는 러시아의 전략적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EU는 지난 4월 러시아산 석탄 수입을 금지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 부분 금지를 포함하는 제6차 대러 제재를 채택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당초 완전 금수를 제안했지만,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헝가리의 반대 등 회원국 간 이견 속에 절충안을 마련하는 선에서 합의한 것이었다.
이런 사정을 알고 있는 러시아가 에너지 수급난을 타개해 보려는 헝가리와 손을 잡아 서방 국가 간의 갈등을 부추기겠다는 계산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prayer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