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서 상부상조하는 머스크의 '스타링크'와 우크라이나군
전·후방 연결하는 군 통신망 구축에 십분 활용
스타링크도 전 세계 서비스 확대 앞두고 우크라서 기술력 입증
(서울=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러시아의 침공으로 육상 통신망이 대거 파괴된 우크라이나가 미국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인터넷 '스타링크'를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페이스X도 스타링크의 글로벌 시장 공략을 앞두고 성능을 입증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를 확보한 셈이라 이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러시아 침공으로 통신 두절 위기에 놓였던 우크라이나에 지난 수개월 동안 1만5천개 안팎의 스타링크 단말기 키트를 전달했다.
러시아 침공으로 통신이 끊긴 지역에도 원활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었는데, 실제로 매끄럽게 가동될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스타링크는 가족이나 이웃 간 안부를 확인하거나 국제사회에 전황을 알리는 용도에 활용될 뿐만 아니라 전장에서 '초고속 전서구' 역할을 하면서 우크라이나군으로부터 더 특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북동부 격전지 하르키우의 우크라이나군은 휴대전화로 러시아군의 위치를 드론 부대나 포병대에 알려줄 때 스타링크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부대원들은 스타링크 접속 비밀번호를 공유하며 휴식 중 가족과 통화하거나 뉴스를 검색하는 데 쓰고 있다.
최전선의 주요 도시 주민들도 휴대전화가 불통 상태가 됐지만 스타링크 덕분에 가족과 연락을 하며 대피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고 WSJ은 덧붙였다.
동부 최전선 이지움의 부대에 있는 한 소대장은 전·후방을 연결해 주고 있는 스타링크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며 "스타링크가 없었다면 우리는 이미 패전으로 향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스타링크는 매우 훌륭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이라며 "기존 휴대전화 서비스가 끊긴 곳에서 지휘관과 부대 간 통신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감사의 말과 함께 더 많은 스타링크 단말기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서한을 머스크에게 보냈다고 덧붙였다.
스타링크는 저궤도 인공위성 네트워크로 초고속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기지국이나 지하 매설 케이블 대신 소형 단말기만 있으면 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어서 전장에서 인터넷 연결을 위해 쓰기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WSJ은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 단말기를 배송한 머스크 입장에서는 기술 성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짚었다.
우크라이나 편에 선 그의 행보가 러시아 반발을 키우고 친러 국가를 등지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지만, 스타링크 서비스 지역을 전 세계로 확대하기 위해 성능을 테스트 중인 것을 고려하면 밑질 것 없는 상황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2020년 말 일부 국가에서 스타링크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스페이스X는 지난 5월 트위터를 통해 서비스 지역이 32개국으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한국은 내년 서비스 시작 국가로 분류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현재 40만명 정도 되는 스타링크 가입자 수가 2025년께 100배인 4천만명 이상으로 불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