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풍향계] 고물가·고환율에 발목…박스권 장세 지속하나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 코스피가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유례없는 빅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15일 2,330.98로 일주일 전인 지난 8일 종가 2,350.61보다 0.84% 떨어졌다. 한 주간 코스피는 장중 한 차례 2,293으로 내려가기도 했지만 대체로 2,330대 박스권에서 움직였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처음 빅 스텝을 단행한 지난 13일 코스피는 소폭 올랐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망치보다 높은 9.1%로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코스피는 지난 14∼15일 역시 보합권에서 움직였다.
시장이 고물가와 고환율, 금리 인상 등의 악재에 내성이 강해졌거나 물가 정점 통과 기대감이 커져 경기 상황을 지켜보려는 관망심리가 확산했을 수도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치를 상회한 물가와 연준의 강력한 긴축 우려에도 증시는 큰 충격을 받지 않는 모습"이라며 "이는 최근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안정 기대감에 인플레이션이 곧 정점을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고물가 외에 환율 상승세도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5일 14.0원 오른 1,326.1원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29일(1,340.7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 물가가 올라 인플레이션을 잡기가 어려워진다. 엔화 약세가 심해 원화 하락에 따른 수출 경쟁력 개선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더구나 이달 말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면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더 빠져나가 주가와 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
이달 26∼27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또는 1.00%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 달러화 강세는 물가와 이에 대응하는 연준의 강한 긴축 행보가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여기에 유로화와 엔화 약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달러 강세 기울기를 더 가파르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시장 참여자들은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 여파로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연준은 경기 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에서 최근 미국 일부 지역에서 수요가 감소했으며 최근 제조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인력 수요가 줄고 있는 분위기라고 봤다. 한국과 미국 증시 상장사들의 실적 하향 조정도 이미 시작됐다.
다행스러운 점은 대만 반도체 업체 TSMC가 2분기 호실적을 내고 3분기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반도체 투자심리가 일부 회복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온다는 것이다.
삼성전자[005930]도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16일 이후 약 한 달 만에 '6만 전자'를 회복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TSMC가 자체 매출 증가 전망치를 기존 26∼29%에서 30%대 중반으로 상향 조정했다"며 "이는 수요가 견조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의 김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안정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이 과정에서 경기 침체에 대응할 정책 모멘텀 기대도 쉽지 않다"며 코스피 주간 변동폭으로 2,260∼2,400을 제시했다.
이번 주 국내외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이벤트 일정은 아래와 같다.
▲ 18일(월) = 일본 증시 휴장.
▲ 19일(화) = 유로존 6월 소비자물가, 미국 6월 건축허가·주택착공.
▲ 20일(수) = 유로존 7월 유럽위원회 소비자신뢰지수.
▲ 21일(목) = 유로존 ECB 통화정책회의, 미국 6월 콘퍼런스보드 경기선행지수.
▲ 22일(금) = 한국 6월 생산자물가, 미국과 유로존 7월 마킷 구매관리자지수(P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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