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은행·전력회사 일시 증세…"인플레 극복에 활용"
총리 "기업이 인플레로 살찌우는 것 용납못해"…2년간 9조2천억원 상당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스페인이 금리인상과 고물가로 큰 수익을 얻고 있는 은행과 전력회사에 일시적으로 세금을 부과해 인플레이션 극복에 활용하기로 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날 의회 연례 국정연설에서 내년부터 2년간 국민들이 치솟는 물가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은행과 전력회사에 한시적으로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걷은 세금으로 저소득층 등 인플레 취약 계층의 지원 비용으로 쓴다는 것이다.
산체스 총리는 "인플레로 인해 발생한 수익은 대기업 경영진의 연봉을 키우는 데 쓰일 것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라며 "정부는 기업이 위기로부터 이익을 취해 자신들의 연봉을 살찌우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모든 사람, 특히 취약집단을 빈곤하게 만드는 우리 경제의 심각한 병폐이며 스페인에 가장 큰 도전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와 내년 전력회사의 초과이익에 대한 과세로 20억 유로(약 2조6천300억원)씩 징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형 은행들은 (예상되는) 금리 인상으로 이미 이익을 보기 시작했다"며 은행 과세는 연간 15억 유로(1조9천7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 같은 임시 과세가 매출 10억 유로(1조3천100억원) 이상 규모의 대기업에만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율이나 부과방식 등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스페인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10.2%를 기록했다. 이는 37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은행 등 관련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스페인 은행연합회인 AEB의 호세 루이스 마르티네스 대변인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반드시 은행들의 수익성 향상을 보장하거나 초과 이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물가상승에 대응한 것으로, 경제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시중 은행들이 이미 경기침체 우려와 금리 인상이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 등으로 압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페인 증권중개업체인 렌타포(Renta4)의 전문가 누리아 알바레스는 "이번 조치는 예상치 못했다는 점에서 스페인 은행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발표 이후 각 회사 주가는 일제히 내렸다.
은행 사바델 주가는 정부 발표 직후 13.0%까지 떨어졌다가 낙폭을 만회해 마이너스 7.4%로 장을 마쳤고 카이샤뱅크와 뱅크인터는 각각 8.6%, 5.0% 하락 마감했다.
산체스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16세 이상 학생을 위한 추가 장학금 지급, 9∼12월 교외 열차 다회용 탑승권 배포 등의 정책을 추가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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