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외국기업 불매하는 中…매년 13건 보이콧에 명품도 굽신
스웨덴 연구기관 분석…2016년 이후 불매운동 총 91건
홍콩 대만 등 '주권 문제'·신장 인권 논란 등 주로 정치적 사유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중국인들이 2016년 이후 자신들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유 등으로 외국기업 불매운동(보이콧)을 매년 13건꼴로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 기업들은 중국인 고객의 분노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사태 진화에 나서지만, 신장 위구르족 탄압 등 인권 문제와 관련된 사안엔 쉽게 허리를 숙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 국립 중국센터는 11일(현지시간)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센터는 스웨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작년에 설립돼 중국 관련 정책 결정 등을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
센터는 2008년부터 작년까지 중국에서 영업하는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한 중국인들의 보이콧 사례를 분석했다.
이 기간 외국 기업에 대한 보이콧은 총 91건에 달했다.
중국인들의 보이콧 사례는 홍콩이나 대만 주권 문제가 불거진 2016년부터 본격화됐는데, 그 이후 작년까지 발생한 보이콧은 78건이었다. 6년간 78건이니 연평균 13건의 보이콧이 이뤄진 셈이다.
중국의 보이콧 대상은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한국 기업 등 순으로, 업종별로는 의류, 자동차, 식품, 주류 등으로 다양했다.
보이콧은 홍콩이나 대만, 티베트의 주권 문제와 관련한 기업의 광고나 외부 발표문 등이 촉발한 것이 가장 많았다.
2008년 이후 이뤄진 보이콧 91건을 사유별로 봤을 때 '대만·홍콩·티베트 등의 주권 문제'가 21건으로 제일 많았고 '중국에 대한 편견'은 20건이었다. 나머지는 '해당 기업 국가와의 정치적 분쟁'(16건), '홍콩 민주화 시위'(13건), '신장 위구르족 문제'(11건) 등 순이었다.
중국의 보이콧에 대해 외국 기업 52%는 공개 사과를 하며 사태를 진정시켰으나 48%는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보이콧 사유에 따라 외국 기업들의 태도는 사뭇 달랐다.
홍콩 민주화 시위나 대만·홍콩·티베트 주권 문제에선 80% 이상의 외국 기업들이 사과했지만 신장 문제와 관련해 중국인들의 보이콧을 받은 기업은 4분의 1가량만 사과의 뜻을 표명했다.
월마트의 경우 2018년 중국 매장의 안내판에 원산지로 대만을 표기했다가 사과했지만, 작년 신장 제품에 대한 판매 거부 때는 사과하지 않았다.
센터는 중국인 보이콧의 거의 3분의 1은 중국 정부가 관여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25%는 중국 정부나 정부 관련 기관의 지원을 받았고, 3%는 아예 정부 측이 촉발했다는 것이다.
2019년에는 홍콩·대만과 관련한 논란이 일자 중국 관영 언론이 나서 코치와 베르사체, 지방시 등 명품 업체에 대한 보이콧을 지원했다. 당시 명품 업체들이 제품과 웹사이트 등에 홍콩과 대만을 '국가'로 표시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연구 결과는 14억 인구의 중국 시장이 어떻게 글로벌 소비재 브랜드의 '미개척 금광'에서 '지뢰밭'으로 변했는지 그 과정을 설명해 준다고 풀이했다.
중국이 미국이나 다른 나라들과 무역부터 사이버 보안, 인권, 코로나19 기원설 등을 놓고 크고 작은 갈등을 겪으면서 중국 소비자들이 정권의 정치적 의제에 의해 움직이는 경제적 무기가 됐다는 것이다.
2019년에 중국인의 보이콧이 최고조에 달했는데, 그때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극심할 때였다.
한국의 경우 2016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때문에 롯데 등이 중국인들의 매서운 보이콧에 시달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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