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표지에 우크라 영부인…"국민 상처 치유해야"
전쟁으로 정신적 외상 입은 국민 심리치유 노력 조명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7일(현지시간) 시사주간지 타임(TIME)의 표지에 등장했다.
타임은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거나 업적 등으로 주목받는 인사를 표지 인물로 선정하는데, 이달 25일 발간 예정호에 정장 차림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젤렌스카 여사의 흑백 사진을 실었다.
지난달 20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한 타임은 '그녀의 사적 전쟁'이라는 제목을 달고 전쟁으로 큰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을 입은 우크라이나 국민을 치유하려는 그녀의 노력을 조명했다.
젤렌스카 여사는 전쟁 초기에는 러시아의 암살 시도에 대비해 두 자녀를 데리고 은신처를 전전했지만, 전쟁 10주 차부터는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 나서며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남편이 서방의 지원을 확보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는 사이 그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심리치료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5월부터 전문 인력을 고용하고 상담 전화도 개설하면서 심리치료 사업을 추진 중이다.
우크라이나 보건부는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1천500만명이 정신치료가 필요한 상태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침공 이후 70만명으로 늘어난 군인 중 다수도 트라우마를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젤렌스카 여사는 "전쟁이 끝나고 외상후 스트레스를 치료하지 않으면 국가에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타임은 젤렌스카 여사가 트라우마에 관해 이야기할 때 '정신 건강'(mental health)이라는 영어 표현을 자주 썼다고 전했다.
그녀는 "우리는 싸이코(psycho)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용어를 특별히 경계한다"고 설명했다. 심리치료를 국가가 병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을 피하기 위한 용어선택이다.
구소련 체제에서 우크라이나인은 트라우마를 숨기는 것에 익숙해졌다고 한다.
젤렌스카 여사는 "그때는 알아서 해결하고 극복해야지, 불평하면 약한 것으로 여겼다"고 말했다.
그녀는 러시아의 침공 하루 전인 2월 23일 이후로 남편과 떨어져 지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국민 수백만 명이 가족과 헤어진 상황에서 어찌 보면 이게 맞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부부도 트라우마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했다.
젤렌스카 여사는 "매일 그들(국민)의 소식을 접하면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우리의 심리 상태도 온전하지 않다고 느낀다. 전쟁을 4개월간 치른 시점에서 그 누구도 괜찮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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