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눈엣가시로 여긴 前 FBI국장 세무조사 논란
당시 부국장도 조사받아…트럼프 '정치보복 논란' 촉발
트럼프가 임명한 국세청장에도 화살…재무부에 감찰 요청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재임 시절 눈엣가시로 취급받다가 해임당한 전임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부국장이 나란히 세무조사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제임스 코미 전 국장에 대한 국세청(IRS) 세무조사가 수백만 달러의 출판계약을 한 2017년 소득신고에 초점을 맞춰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9년 시작됐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또 앤드루 매케이브 전 부국장에 대한 세무조사는 2019년 소득신고에 초점을 두고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인 2021년 시작됐다고 전했다.
국세청이 무작위로 선정하는 조사 대상에 두 사람이 나란히 오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코미 전 국장이 이런 세무조사를 받을 확률은 3만분의 1, 매케이브 전 부국장의 경우 2만분의 1에 해당한다는 게 뉴욕타임스의 전언이다.
두 사람이 세무조사를 받은 시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임명한 찰스 레티그 국세청장이 재임한 시기다. 그는 오는 11월 퇴임을 앞두고 있다.
당장 화살은 레티그 청장을 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정치보복 아니냐는 의혹 속에 민주당에서는 레티그의 해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레티그 청장은 7일 두 사람이 세무조사를 받은 상황에 대한 검토를 재무부 감찰관에게 요청했다.
정치적 개입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국세청장은 개별 감사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더 큰 의구심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쏠리는 모양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승리한 2016년 대선 때 대선 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 수사 문제를 놓고 코미 전 국장과 큰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이 의혹은 러시아 측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떨어뜨리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돕기 위해 대선에 개입했고,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선 캠프와도 교감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임명된 코미 전 국장은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고수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찰을 빚은 끝에 2017년 5월 경질됐다.
코미 전 국장은 이후 언론과 의회 증언 등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사를 중단하고 충성을 맹세할 것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코미 전 국장을 보좌하던 매케이브 전 부국장 역시 2018년 퇴임일을 불과 26시간 앞두고 법무부에서 해고 통보를 받는 바람에 연금도 받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러시아 스캔들은 결국 특검으로 이어졌다.
다만 2019년 4월 수사 결과를 마무리하면서 특검은 대선 캠프가 러시아와 공모한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고, 사법방해 시도가 있었지만 형사적으로 처벌할 만한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발표했다.
두 사람의 세무조사 보도가 나오자 의회에서도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상원 금융위원장인 민주당 소속 론 와이든 의원은 성명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법치에 대한 존중이 없다"며 "정적이 국세청 조사를 받도록 그가 시도한다고 해도 아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원 세출위원장인 민주당 소속 리처드 닐 의원도 성명에서 "한 명도 아니라 두 명의 트럼프 전 대통령 정적이 이례적인 조사를 받았다는 뉴스는 우연의 일치가 아닌 것 같다"며 "정치적으로 목표로 삼은 냄새가 난다"고 지적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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