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때 도입된 美 수감자 재활법, 관료주의로 '유명무실'
"조기 석방 대상 죄수 수천명 4년째 감옥생활"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미국에서 갱생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범 수감자에게 조기 석방의 기회를 주는 수감자 재활법인 일명 '첫걸음법'(First Step Act)이 관료주의 등으로 유명무실해졌다고 미국 NBC방송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절 제정된 이 법에 따라 비폭력 범죄로 수감돼 조기 석방 대상이 될 수 있는 죄수 수천 명이 4년째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수감자와 인권 보호 단체, 전 교도관들은 법이 제대로 실행되지 못해 대상자들의 불만이 누적되는 등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는 정부 내에 만연한 관료주의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첫걸음법' 수혜 자격을 명확히 규정하고 해당 수감자들을 가택연금이나 다른 형태의 보호관찰 시설로 옮기려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미국 법무부는 연방교정국(BOP)을 통해 이 법을 시행하도록 했으나, 트럼프 행정부 시절 임명된 마이클 카바잘 BOP 청장이 지난 1월 조직 내 비리 의혹과 관련한 비난 속에 사직했다.
이후 현재까지 후임자가 임명되지 못했고, '첫걸음법'에 따라 조기 석방될 수 있는 이들이 수감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비영리 단체인 '최소의무형량에 반대하는 가족들'(FAMM) 대표인 케빈 링은 "조기 석방 절차를 밟는 것이 그렇게 복잡할 이유도 없고, 이렇게 오래 끌 일도 아니다"라며 "벌써 4년째 이러고 있으니 미칠 지경"이라고 말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1월에야 사회 재활 프로그램 참여 시간만큼 수감자들의 형기를 단축하는 '시간 크레딧' 제도 시행 방침을 발표했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교정 당국이 시간 크레딧을 받아야 하는 수감자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시간 크레딧을 받은 이들도 때맞춰 석방되지 못하고 있다고 인권 보호 단체들은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선거자금과 관련한 회계부정에 연루돼 징역 21개월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전 미주리주 의원 코트니 커티스는 자신이 '성공하기', '마약 근절 교육', '의사와 상담하기' 등 각종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했지만 시간 크레딧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오하이오주 엘크턴 연방교도소에 있는 그는 "지난 1월 이후 시간 크레딧을 받지 못했는데, 이를 제대로 받았다면 지난달 초에는 석방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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