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특이 치매 변이유전자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여성은 남성보다 치매 발병률이 높다. 그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일 수 있는 여성 특이 치매 유전자가 발견됐다.
현재 널리 알려진 알츠하이머 치매 관련 유전자는 1993년에 처음 발견된 ApoE(apolipoprotein E) 유전자다.
지질 대사에 핵심 역할을 하는 ApoE 유전자는 ApoE2, ApoE3, ApoE4 등 3가지 변이형이 있는데 이중 ApoE4 변이형만이 치매 위험을 크게 높인다.
ApoE4 변이유전자를 한쪽 부모에게서 받은 사람은 치매 위험이 3배, 양쪽 부모에게서 받은 사람은 10배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 태생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는 약 60%가 이 변이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세계 전체 인구 중 이 변이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약 26%이다.
이는 알츠하이머 치매 관련 다른 유전자가 더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 보스턴 대학 의대 의생명 유전학(biomedical genetics) 실장 린제이 파러 교수 연구팀은 여성의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을 크게 높이는 새로운 유전자(MGMT)를 발견했다고 UPI 통신이 2일 보도했다.
ApoE4 변이유전자를 지니지 않은 여성 1만340명의 유전자 자료를 분석한 결과 MGMT 변이유전자가 치매와 강력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한편 시카고 대학 연구팀은 체코의 모라비아(Moravia) 지방 태생의 소수민족으로 지금은 미국 서북부에서 캐나다 일부에까지 걸쳐 농업에 종사하며 재산 공유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후터파(派) 교도(Hutterites)의 여성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들에게서도 MGMT 변이유전자를 발견했다.
후터파 교도는 소수 집단(insular group)으로 유전자 풀(gene pool)이 아주 적기 때문에 어떤 질병의 유전적 원인을 찾아내는 연구에 자주 이용되고 있다.
유전자 풀이란 번식할 수 있는 한 집단이 지니고 있는 고유 유전자의 총량을 나타낸다.
시카고 대학 연구팀의 연구 대상이 된 후터파 교도의 치매 환자들은 모두 여성이었다.
이 두 연구 결과는 치매와 관련된 유전적 신호가 여성에게서 훨씬 더 강력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파러 교수는 설명했다.
보스턴 대학과 시카고 대학 연구팀은 서로의 연구 결과를 교환하면서 연구를 계속, MGMT 유전자가 DNA 손상을 수리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MGMT 변이유전자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뇌 신경세포의 독성 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의 응축 그리고 타우 단백질의 엉킴과 상당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신경세포와 신경세포 사이 공간에 있는 표면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와 신경세포 안에 있는 타우 단백질이 잘못 접혀 응집되거나 엉키면서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연관성은 특히 여성 치매 환자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파러 교수는 알츠하이머 치매 발생에는 호르몬도 주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일부 연구 결과들이 있다면서 MGMT 변이유전자는 호르몬과 관련된 치매 위험 요인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이에 대해 플로리다 대학 의대 신경과 전문의 스티븐 디코스키 박사는 여성이 치매 발병률이 높은 이유는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살기 때문이라고 지금까지 생각돼 왔는데 유전적 메커니즘과도 연관이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라고 논평했다.
이는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 변화가 어떻게 통제되는지를 통찰하게 하는 것으로 치매의 진행을 늦추거나 멈추게 하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는 암시일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알츠하이머병 협회(Alzheimer's Association) 학술지 '알츠하이머병과 치매'(Alzheimer's & Dementia) 최신호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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