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찬스크 점령한 러, 돈바스 75% 확보…젤렌스키 "되찾을 것"(종합)
"러, 전쟁목표 일부 달성" 평가
벨라루스 "형제국 러시아와 하나로 행동" 참전 시사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전명훈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루한스크 전역을 점령했다. 우크라이나는 '전술적 후퇴'에 불과하다며 탈환을 공언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러시아 본토 접경지역에서도 포성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친러시아 국가 벨라루스의 참전 가능성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영국 BBC 방송과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3일(현지시간) 오후 동부 루한스크주(州)의 최후 거점인 리시찬스크를 러시아에 빼앗겼다고 인정했다.
앞서 2일 러시아 국방부는 리시찬스크를 점령했다고 주장했으나 우크라이나는 아직 전투가 진행 중이라며 부인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군 당국자는 "거센 전투 끝에 우크라이나군이 기존에 차지했던 거점과 전선에서 부득불 물러나게 됐다"면서 "포병·항공 전력은 물론, 병력에서도 열세인 까닭에 병사들의 생명을 보전하기 위해 철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핵심 전략 요충지 리시찬스크를 확보한 러시아군은 이에 따라 루한스크주 전역을 장악하게 됐다. 또, '돈바스 해방'이라는 군사 목표 달성에 한 걸음 다가섰다.
러시아는 올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동부 돈바스(루한스크·도네츠크) 러시아계 주민을 우크라이나 정부의 탄압으로부터 해방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서방은 이런 러시아의 목표가 영토 확보를 위한 침공의 구실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영국 가디언은 루한스크 전체를 확보한 러시아군이 도네츠크 지역에서도 절반 정도를 장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군이 차지한 돈바스 지역은 전체의 약 75%에 이른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는 전술적 후퇴일 뿐이라면서 신형 무기를 확보하는 등 준비가 되는 대로 탈환전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이날 밤 화상 연설에서 "우리는 전술을 보강하고 현대적 무기를 더 지원받아 복귀해 그 땅을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제공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등 장사정 병기를 활용, 반격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날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포성은 계속됐다.
리시찬스크 서부 도시 슬로뱐스크에는 러시아군의 로켓 공격으로 최소 6명이 숨지고 20명이 다쳤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북동부의 제2 도시인 하르키우에는 우크라이나군이 구축하던 군사기지가 러시아군의 폭격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군도 반격에 나서 러시아군이 점령한 남부 항구도시 멜리토폴에 설치된 러시아 군사기지에 공습 공격을 감행했다.
우크라이나군은 "공군이 약 15회 출격해 적에 전방위 공격을 퍼부었다"고 주장했다. 멜리토폴의 러시아 측 당국자도 공격받은 사실을 인정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러시아 본토에서도 대규모 폭발이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국경과 인접한 러시아 동부 도시 벨고로드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이 발생, 3명이 숨졌다고 러시아 당국이 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공격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친러시아 국가 벨라루스가 참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전쟁에 변수로 떠올랐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자국 독립기념일인 3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형제국 러시아와 하나로 행동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며 "나는 이미 오래전에 러시아의 '특수 작전'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특수 군사 작전으로 부르고 있다.
그는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벨라루스로 발사한 미사일을 대공 방어망으로 요격했다고 주장하면서 "이것은 도발이다. 우크라이나가 벨라루스의 군사시설을 공격하려 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공격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