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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비 급등에 지구촌 '못 살겠다' 비명…성난 민심 곳곳 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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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비 급등에 지구촌 '못 살겠다' 비명…성난 민심 곳곳 분출
NYT "경제 물론 정치권·사회안전망도 타격…취약층 고통 가중"
"연료·식량가 동반상승에 빈곤층 치명타…장기간 이어지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연료비가 급등하고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면서 지구촌 곳곳이 신음하고 있다.
성난 민심이 생활고를 호소하며 거리로 나서는가 하면 치솟은 연료비에 전력 자체에 접근할 수 없는 극빈층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연료비 고공행진이 각국의 경제는 물론 정치권과 사회안전망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연료비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면서 각국의 중앙은행은 이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서고, 이로 인해 서민들의 삶이 더 팍팍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 사정이 여의치 않은 개발도상국을 비롯한 취약계층에 미치는 영향은 더 가혹하다.
최근 남미 에콰도르에서는 연료비 급등에 따른 생활고 등을 호소하는 원주민 주도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면서 정부가 부랴부랴 휘발유 가격을 인하하고 저소득층 대상 유류비 지원 대책을 내놨다.
아프리카 가나에서는 연료비 급등과 인플레이션, 세금 정책 등에 항의하는 시민들을 향해 경찰이 최루탄과 고무총을 겨누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리비아에서도 생활고에 성난 시위대가 동부 토브루크 지역에 있는 의회에 난입하고 건물에 불을 질렀다고 AFP 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미용사들이 손님 머리를 자르기 위해 휴대전화 불빛을 사용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가게 전등을 켜기 위한 발전기를 가동할 만큼 휘발유를 구할 수 없어서다.
최근의 연료비 급등 현상은 세계 최대 연료 수출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제재에 맞서 공급량을 감축하면서 심화한 측면이 크다.
이에 주로 러시아산 연료 의존도가 높은 유럽 등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크지 않은 국가들에게도 불똥이 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연료비가 경쟁적으로 오를 대로 올랐기 때문이다.
가령 러시아산 석유 의존도가 매우 낮은 편에 속하는 필리핀 마닐라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미니버스의 일종인 지프니(지프를 개조한 10인용 합승차) 운수회사를 운영하는 디오네 다욜라(49)씨는 한때 회사에 소속된 기사가 100명 정도였지만 현재는 3분의 1 수준인 32명 정도만 남아있다고 NYT에 전했다. 그만둔 이들은 다른 일자리를 찾거나 행인들에게 구걸하는 신세가 됐다고 한다.
그는 "연료비가 오르기 전에는 하루에 15달러 정도 벌었지만, 지금은 4달러뿐"이라며 "이걸로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기존보다 약 9천만명가량이 추가로 전력 소비 자체를 할 수 없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미 코넬대 교수는 "에너지 가격과 식량 가격의 동반 인상은 거의 모든 나라의 빈곤층에는 치명타"라며 "장기간 지속되면 지구촌 곳곳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높고 불안정한 에너지 가격은 몇 년 간 이어질 것"이라며 "현재로선 연료 가격이 떨어지는 유일한 시나리오는 '전 세계적 경기 침체' 외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shi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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