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사법보고서 "라마포사 반부패 노력 더 했어야"
반부패 보고서 완결판 제출…재선 노리는 라마포사에 이중 타격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반부패 사법 보고서가 시릴 라마포사 현 대통령에 대해 전임 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재직할 당시 '국정농단'에 맞서 더 노력을 기울여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2018년 취임 이후 반부패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라마포사 대통령에게 또 다른 타격이라고 현지매체와 외신은 분석했다.
레이먼드 존도 헌법재판소장이 주도한 사법조사위원회는 22일(현지시간) 저녁 라마포사 대통령에게 약 1천800쪽에 달하는 마지막 보고서 책자를 제출했다. 앞서 지난 1월부터 순차적으로 네 차례에 걸쳐 제출한 보고서까지 합하면 총 5천600 쪽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다.
조사위는 지난 약 4년간에 걸쳐 라마포사 대통령을 비롯해 300명에 달한 증인들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존도 조사위원장은 라마포사 대통령이 전임 제이콥 주마 대통령(임기 2009∼2018년) 당시 부통령으로 있을 때 국고에서 남아공 국내총생산(GDP) 10분의 1에 해당하는 5천억 랜드(약 40조7천억 원) 상당이 도난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위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라마포사 씨는 당시 정치 현실상 자기가 대놓고 부패를 지적했으면 그 배후에 있던 주마 당시 대통령이 자신을 해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그는 대신 자리를 지키면서 정권 내에 부패가 더 퍼지지 않도록 안에서 견제하는 노선을 택했다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설령 라마포사가 부통령에서 해임됐더라고 다른 많은 각료에게 대안적 지도자로서 오히려 희망을 줬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봤다.
또 언론과 시민사회에서 2010년부터 계속 주마 전 대통령과 인도 출신 재벌인 굽타 가문 간 결탁에 따른 국정농단을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부통령으로서 언론에 보도된 이상 알지 못했다는 라마포사의 답변에 대해서도 "불투명하다"고 꼬집었다. 2018년 해외로 도피한 굽타 3형제 가운데 2명이 이달 초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체포돼 남아공은 이들의 국내 송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또 라마포사 대통령이 부패 혐의를 받던 아서 프레이저 전 국가안보국(SSA) 국장을 지난 2018년 교정부 장관으로 재기용한 데 대해서도 석연치 않다고 문제 삼았다.
주마 전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프레이저는 지난해 교정부 장관으로 있으면서 사법조사위 출석 거부 등 법정모독죄로 15개월 형을 선고받은 주마 전 대통령을 수감 2개월 만에 의료적 가석방으로 풀어줘 논란을 불렀다.
프레이저는 이달 초 라마포사 대통령이 지방 농장에 돈세탁한 미화 400만 달러(약 52억원) 이상을 은닉하고 있다가 지난 2020년 절도를 당한 사실조차 숨기고 있었다는 폭탄선언과 함께 경찰에 형사고발 한 인물이다. 그는 대통령 경호 팀이 나중에 도둑들을 붙잡아 몰래 취조하고 관련 사실을 함구하도록 뇌물까지 줬다고 폭로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사재 도난 사실은 맞지만, 액수도 적고 자신은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폭로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야당은 그의 해명을 납득하지 못하겠다면서 엄격한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사임해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어찌 됐든 반부패 투사로서 라마포사 대통령 이미지는 상당 부분 먹칠이 됐다.
하지만 이번 반부패 보고서는 프레이저가 SSA 수장으로 있으면서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을 살포하는 등 정치에 개입했다면서, 그의 주장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검찰 조사를 촉구했다.
라마포사 대통령 측과 부패 혐의를 부인하는 주마 전 대통령 측 사이에 서로 물고 물리는 형국이 됐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주요 부패 연루자에 대한 검찰 기소 등 이번 보고서의 권고사항에 대해 4개월 내로 이행방안을 내놓겠다면서 "이번 보고서는 과거 반부패와 단절할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는 12월 집권 아프리카민족회의(ANC) 당 대표 재선과 2024년 총선 승리를 통해 대통령 재선을 노리고 있으나 이래저래 곤혹스러운 입장에 놓였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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