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홍콩국가보안법 다음 타깃은 변호사들"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에서 20년 넘게 활동한 인권 변호사 마이클 빌더는 지난달 홍콩을 떠났다. 그리고 얼마 후 변호사 사무실을 폐업했다.
그는 홍콩에서 동성 커플의 '배우자 비자' 자격을 인정하는 판결을 끌어냈고 현재 복역 중인 홍콩 민주 활동가 조슈아 웡 등의 변호를 맡아왔다.
하지만 그는 홍콩국가보안법 사건을 담당하는 한 판사가 자신의 회사 등 변호사사무실 두 곳의 이름을 거론하며 "민주 활동가들에게 법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범죄가 될 수 있다"고 말하자 홍콩에서 일하는 것이 너무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블룸버그 통신은 20일 빌더 변호사의 사례를 소개하며 "시진핑의 홍콩국가보안법의 다음 타깃은 변호사들"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빌더 변호사의 경험은 수십년 간 홍콩의 국제 금융 허브의 위상을 지탱해온 기둥인 법치가 공산당이 법원을 통제하는 중국 본토의 영향을 점점 더 받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9년 반정부 시위 당시 체포된 약 1만명을 변호한 변호사들에 대한 홍콩 당국의 압박이 강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홍콩 경찰이 90세의 조지프 쩐 추기경을 국가보안법 상 외세와 결탁 혐의로 체포했을 때 72세의 저명 변호사인 마거릿 응 전 입법회 의원도 함께 체포됐다.
경찰은 이들이 '612 인도주의지원기금'의 신탁관리자들로 "외국 조직에 홍콩에 대한 제재를 촉구해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612 인도주의지원기금'은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에 참여해 기소 위기에 처하거나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앞서 4월에는 톈안먼 민주화시위 추모 집회를 주최해온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의 부주석인 초우항텅 변호사가 추모 집회에 다른 이들의 참가를 독려한 혐의로 징역 22개월을 선고받았다.
국가보안법을 비판해 중국으로부터 '반중 정치인'으로 비판받아온 영국 출신 저명 인권변호사 폴 해리스는 지난 3월 고국으로 떠났다.
올초까지 홍콩변호사협회 회장을 맡았던 해리스 변호사는 홍콩 경찰 내 국가보안법 담당 부서인 국가안전처로 소환된 바로 다음 날 홍콩을 떠났다.
친중 매체 문회보는 그가 1995년 설립한 인권단체인 홍콩인권감시와 관련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중국이 제정해 2020년 6월 시행된 홍콩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지금까지 180여명이 이 법을 위반한 혐의로 체포됐다. 민주 진영을 대표하는 정치인, 활동가들이 대거 포함됐다.
블룸버그는 "국가보안법은 홍콩의 법률 체계를 여러 면에서 바꿨고 아마 가장 심각한 것은 '무죄 추정의 원칙'을 없애 보석의 규정을 바꾼 것"이라며 "이로 인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금된 여러 명이 감옥에서 재판이 열리기 전까지 1년 이상 갇혀 있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는 해당 법에 반발해 지난 3월말 홍콩 대법원 격인 종심법원에서 자국 법관들을 영구 철수시켰다.
블룸버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재계에서는 상법은 부식되지 않았다는 기대가 있는 것 같지만 변호사 네 명에 의견을 구하자 네 명 모두 '그것은 잘못 이해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다만 네 변호사 모두 익명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조지타운대 아시아법률센터의 토머스 켈로그 실장은 "홍콩의 상황은 시진핑 시대 중국에서 인권 변호사들을 탄압한 709 검거를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709 검거는 중국 당국이 2015년 7월 9일부터 약 250명에 달하는 인권 변호사와 활동가들을 국가 정권 전복 혐의 등으로 체포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투옥된 대부분의 인권 변호사는 가혹한 고문 등을 견디지 못하고 유죄를 인정하거나 당국과 타협했다.
켈로그 실장은 "보안 사건을 맡은 변호사에 가해지는 압박은 이들이 도움을 제공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든다"며 "그 결과 보안 사건은 검찰과 합의를 종용하는 친중 변호사들의 손에만 맡겨지게 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