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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해진 중남미 좌파 물결…변화 열망 속 주요국 속속 '좌향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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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해진 중남미 좌파 물결…변화 열망 속 주요국 속속 '좌향좌'
페루·칠레 등 이어 콜롬비아까지…브라질 10월 대선도 좌파 승리 가능성
변화 향한 여론이 정권교체 이끌어…경제·외교정책 등 노선 변경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콜롬비아의 19일(현지시간) 대선에서 좌파 후보 구스타보 페트로(62)가 승리하면서 중남미 정치 지형은 확연하게 왼쪽으로 기울게 됐다.
오는 8월 페트로가 취임하면 경제 규모 상위 중남미 주요 국가들 중 브라질을 제외한 멕시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칠레, 페루에 모두 좌파 정권이 들어서게 된다.
현재 극우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집권 중인 브라질도 오는 10월 대선에선 좌파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이 정권을 탈환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룰라 전 대통령은 주요 여론조사에서 40%대의 지지율로 줄곧 1위를 지키고 있다.
나머지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도 최근 몇 년 사이 우파에서 좌파로 정권이 교체된 경우다.
중남미 국가 중에선 볼리비아와 온두라스도 최근 대선서 좌파 대통령을 택했다.
반대로 에콰도르, 우루과이, 코스타리카 유권자들은 최근 대선에서 우파 성향의 대통령을 택했지만, 상대적으로 소수다.
중남미에선 지난 1990년대와 2000년 무렵 좌파 정권들이 속속 등장하는 이른바 '핑크 타이드'가 나타났다. 그 무렵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중남미 자원부국들의 경제도 성장세를 탔고, 좌파 정권도 득세했다.
'제2의 핑크 타이드'라고 할 만한 지금 중남미 상황을 보면 개별 정부의 이념 성향은 과거보다 덜 선명할 수 있지만, 좌파가 장악한 면적은 더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콜롬비아의 경우 과거 좌파 물결이 중남미를 휩쓸 때도 흐름에 비켜 서 있었다.
좌익 반군과 정부군을 중심으로 한 피비린내 나는 내전을 반세기 넘게 겪은 콜롬비아에선 좌파 정치인에 대한 거부감이 어느 정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도 콜롬비아 국민이 첫 좌파 대통령을 택한 것은 중남미 다른 나라에서 그랬듯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실함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제 상황 악화와 늘어나는 범죄 속에 콜롬비아 국민은 변화를 원하게 됐다. 2019년과 2021년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 바닥 수준으로 추락한 현 중도우파 정권 지지율은 이러한 변화 요구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2019년 비슷한 시위를 겪었던 칠레, 부패한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던 페루, 중도우파 정권에서도 경제가 나아지지 않았던 아르헨티나 등이 좌파 정권을 선택한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AP통신은 이날 결과를 두고, 페루, 칠레 온두라스 등과 더불어 "유권자의 변화 열망이 부추긴 중남미 좌파의 정치적 승리"라고 표현했다.
국민은 '이념'을 택한 것이 아니라 '변화'를 주문한 셈이지만, 결과적으로 중남미에 좌파 성향 지도자가 늘어나면서 여러 정책이나 대외관계 등에선 분명한 영향이 있다.
자원 민족주의 경향이 나타나거나 환경을 보다 중시하거나 미국과의 관계에서 변화가 감지되는 것이 그 예다.
콜롬비아만 해도 그동안 미국의 든든한 중남미 우방으로 미국의 대(對)베네수엘라 강경책 등에 보조를 맞춰왔으나 앞으로 4년은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콜롬비아와 '앙숙' 관계였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날 일찌감치 페트로의 당선에 축하 트윗을 올리며 "형제 국가에 새 시대가 엿보인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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