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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원전서 스파이 색출 혈안…"정비공 1명 총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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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원전서 스파이 색출 혈안…"정비공 1명 총격"
자포리자 원전에 병력 500여명 배치…실종자 10여명 넘어
원전 기술·전력 빼내려는 정황도…IAEA 데이터 전송채널 두절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에서 '스파이 색출' 작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자포리자 원전의 기술자인 우크라이나인 세르게이 슈베츠(53)는 지난달 23일 러시아군의 총격을 받고 중태에 빠졌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집에서 휴식하던 중 갑자기 들이닥친 러시아군이 쏜 총에 머리에 두 발을 포함해 모두 여덟 발의 총탄을 맞고 두 차례 수술을 받았으나 위독한 상태다.
우크라이나군의 감청 결과 당시 러시아군은 지휘부에 슈베츠가 저항했다며 "그가 아직 숨이 붙어 있지만,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러시아군은 슈베츠가 우크라이나에 정보를 전달했다고 의심하는 원전 직원 중 한 명이었다.
동료들에 따르면 그가 미처 지우지 않은 소셜미디어(SNS) 계정에는 우크라이나 용맹 훈장을 단 군복 차림으로 자신의 딸을 안고 있는 사진이 있었다.
슈베츠는 자포리자주 엔너호다시에서 발생한 폭발로 러시아가 임명한 안드레 셰브치크 시장이 부상한 이튿날 총격을 당했다.
WSJ는 "그가 SNS에 올린 사진이 현지에서 벌어지는 폭력적 충돌의 배후로 민족주의자를 지목해 제거하려던 러시아의 이목을 끌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군은 3월 초 자포리자 점령 직후 병력 500여명을 유럽 최대 원전이자 우크라이나 전력 생산량의 5분의 1을 담당하던 자포리자 원전에 배치했다. 그 이후 1만1천명에 달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우크라이나군과 '내통'하는 간첩 활동을 색출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자포리자 원전 직원들에 따르면 이들 중 다수가 우크라이나 영토방위군에 복무한 경력이 있고 일부는 여전히 소총을 갖고 있다.
원전 내 우크라이나 국기 게양과 국가 연주, 우크라이나 언어 사용이 금지됐고 무장한 러시아군이 직원들을 감시하고 휴대전화를 수색했다.
직원들은 SNS 게시물을 삭제하고 휴대전화를 초기화했지만 러시아군은 삭제한 앱을 눈앞에서 다시 설치하도록 요구까지 했다고 한다.
군인들이 직원을 무단으로 납치하는 일도 빈발하면서 지금까지 실종자가 십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러시아 국영 원자력기업인 로사톰이 자포리자 원전의 기술과 전력을 훔치려는 정황도 보도했다.
로사톰 직원들은 원전 지하 벙커에서 우크라이나 기술자를 상대로 서방 자본으로 도입한 신식 기술을 설명해보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관계자들은 수개월 내 자포리자 원전이 러시아 전력망에 연결될 것이라고 직원들에게 말하기도 했다.
로사톰의 대변인은 자사 직원을 파견한 이유에 대해 "원전의 안전을 위한 조치로, 원전 운영이나 보안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원전 자료를 자동으로 IAEA 본부로 보내는 통신 채널이 거의 2주간 끊어진 상태라고 밝혔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농축 우라늄·플루토늄의 분실 여부를 점검하기 위한 원전 방문을 한 달 가까이 요구하지만 성사되지 않고 있다.
jos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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