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법, 트럼프 정부 비보험자 약가 보조금 삭감에 "위법" 판결
병원들 수십억 달러 회수할 수 있을 듯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미국에서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시행돼 온 약가 보조금 삭감 조치에 제동이 걸렸다.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의 약값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병원에 지급해온 보조금을 정부가 자의적으로 깎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은 이날 "비보험자에 대한 약가 보조금 삭감은 부당하다"며 병원들이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판단하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9명의 대법관 전원이 만장일치로 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부터 미 보건복지부는 약가 인하 정책을 추진했다.
당시 병원들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환자들을 돌보는 병원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340B 프로그램'에 따라 처방약에 대해 정부 보조금을 받아왔다. 비보험자들에게는 약가가 워낙 높은 탓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제약업계와 병원들이 이 보조금으로 상당한 이익을 얻었다며 보조금을 대폭 삭감했다.
트럼프 정부 시절인 2018년과 2019년 2년에 걸쳐 보조금은 28.5% 줄어들었다. WSJ는 이후에도 매년 삭감이 계속돼 왔다고 전했다.
줄어든 보조금은 매년 16억 달러(약 2조원)에 달했다.
보조금인 주요 수입원이었던 병원들로서는 보조금 삭감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2020년 콜롬비아주 항소법원은 보건복지부가 보조금을 줄일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으며 삭감은 위법하지 않다고 정부의 손을 돌려줬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연방법에 근거해 보조금 삭감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문제는 보건복지부가 병원이 약을 취득한 비용에 대해 필요한 조사를 하지 않고 보상 비율을 변경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갖느냐 하는 것인데, 그렇지 않다"고 판시했다.
미국병원협회(AHA)는 "이번 판결은 취약한 지역 사회와 수많은 환자가 의존하는 병원의 결정적 승리"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WSJ는 이번 판결은 병원들이 약가 보조금으로 수십억 달러를 회수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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