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 출신 좌파' vs '콜롬비아 트럼프'…박빙 대선 승자는
페트로·에르난데스 19일 콜롬비아 대선 결선 맞대결
여론조사에선 접전…콜롬비아 첫 좌파정권 탄생 여부 관심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콜롬비아 첫 좌파 대통령에 도전하는 게릴라 출신 후보와 '콜롬비아의 트럼프'로 불리는 기업인 출신 후보 중 마지막에 웃는 자는 누구일까.
남미 콜롬비아가 오는 19일(현지시간) 앞으로 4년간 콜롬비아를 이끌 차기 대통령을 결정한다.
이번 대선 결선에서는 지난달 29일 1차 투표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한 구스타보 페트로(62)와 로돌포 에르난데스(77) 후보가 맞붙는다.
둘 모두 개성이 뚜렷한 후보다.
1차 투표에서 40%가량을 득표한 좌파 연합 '역사적 조약'의 페트로는 수도 보고타 시장을 지낸 현직 상원의원이다.
농민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8살 때 좌익 게릴라 단체 'M-19'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M-19는 1970년 4월 19일 대선 부정 의혹 이후 결성된 조직으로, 1980년 도미니카공화국 대사관 점거사건 등의 무장 활동을 벌였다.
M-19는 1990년 해체 후 정당이 됐고, 페트로도 하원의원으로 정치 인생을 시작했다.
상원의원이던 2010년 대선에 처음 출마해 9%가량을 득표하며 4위를 기록했다.
보고타 시장(2012∼2015년)으로 인지도를 쌓은 뒤 재도전한 2018년 대선에선 1차 투표 2위로 결선에 진출한 뒤 이반 두케 대통령에 12%포인트 차이로 패했다.
세 번째 도전인 이번 대선에서 페트로는 연금 개혁, 석탄·석유산업 축소, 부자 증세 등을 약속하며 변화를 원하는 유권자들의 열망을 자극하고 있다.
남미 콜롬비아에선 지금까지 대선에서 좌파 후보가 승리한 적이 없어 페트로가 첫 좌파 대통령 역사에 도전한다.
러닝메이트는 인권·환경운동가 프란시아 마르케스로, 당선되면 콜롬비아 첫 흑인 여성 부통령이 된다.
이에 맞서는 '반(反)부패 통치자 리그'의 에르난데스는 막판 깜짝 돌풍을 몰고 온 후보다.
4월 초까지만 해도 지지율이 10% 안팎이던 에르난데스는 뒤늦게 선전하며 1차 투표에서 28%의 득표율로 2위를 차지했다.
그는 콜롬비아국립대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건설 기업인 출신으로, 북부 산탄데르주 부카라망가의 시장(2016∼2019년)을 지냈다.
시장 시절 한 정치인과 논쟁 중에 화를 못 참고 뺨을 때리는 영상이 공개돼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사업해서 번 돈으로 이번 대선에 나선 에르난데스는 젊은 층이 즐겨 이용하는 소셜미디어 틱톡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선거 전략으로 인지도를 쌓았다.
반기득권을 자처한 우파 포퓰리스트 성향의 전직 기업인이고, 언행에 거침이 없다는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과도 자주 비교된다.
'콜롬비아의 트럼프'라는 수식어에 대해 에르난데스는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부패 척결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그는 경제성장 촉진, 일자리 창출 등을 약속했다.
두 후보 중 누가 두케 대통령의 뒤를 잇게 될지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는 오차범위 이내의 접전을 벌였다. 다만 가장 최근 공개된 한 여론조사 결과에선 페트로가 10%포인트가량 앞설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콜롬비아 대선 결과는 중남미 전체 정치 지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만약 페트로 후보가 승리할 경우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에 이어 콜롬비아까지 좌파 정권교체를 이루면서 중남미 주요 국가들이 대부분 왼쪽으로 기울게 된다.
오는 10월 대선을 치르는 브라질에서도 현재 좌파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이 줄곧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고 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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