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민당 정책책임자 "방위비 95조원 필요…국채 발행"
현재의 약 2배…'빚 더 내서 증액' 주장
개헌·반격능력·방위비 GDP 대비 2%…내달 참의원 선거 공약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집권 자민당 정책책임자는 방위비가 현재의 약 2배인 95조원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증액 재원도 국채 발행을 통해 확보하자고 주장했다.
방위비 증액 금액을 둘러싼 최대 변수인 재원 조달 방법과 관련해 여당 정책책임자가 구체적인 언급을 내놓은 점에서 주목된다.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정조회장)은 12일 민영방송 후지TV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 필요한 방위비 규모와 관련해 "필요한 것을 쌓아 올리면 어쨌든 10조엔(약 95조원) 규모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자민당이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으로 확대하는 구상을 내놓은 것과 관련해 "2%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대외적으로 일본의 강한 의사를 나타낸다는 의미"라면서 이같이 언급했다.
그가 거론한 10조엔은 2022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 방위비(5조4천5억엔)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방위비의 40% 이상이 인건비와 식량 조달에 사용되고 연료비 등 유지비가 20%를 웃돌아 장비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은 15.8%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새로운 장비는 필요하다. 특히 스탠드오프, 즉 매우 먼 거리에서 상대에게 반격하는 능력도 당연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다카이치 정조회장은 의문이 제기되는 방위비 증액 재원 조달과 관련해 "일본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비를 깎아서는 안 된다. 단기적으로는 국채를 발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인가를 줄여서 방위비를 늘리기보다는 기본적으로 일본 경제를 확실하게 확대해서, 파이 전체를 크게 해서 국방비를 제대로 확보할 수 있는 형태를 만들 적극적 경제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은 다른 분야 예산을 줄이는 세출조정보다는 빚을 더 내서 늘리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자민당은 내달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오는 16일 발표할 공약에 GDP 대비 2%를 염두에 두고 방위비를 확대한다는 구상을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현지 언론 보도에 의하면 자민당은 반격 능력 보유, 헌법 개정 조기 실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목표(GDP 대비 2%)를 염두에 둔 방위비 확대 등을 방위 관련 주요 공약으로 준비하고 있다.
자민당의 주요 의사결정에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아베 신조 전 총리는 군비 확대를 목표로 여론몰이에 나섰다.
아베 전 총리는 같은 날 오사카에서 열린 강연에서 자민당이 정부에 보유를 제안한 '반격 능력'에 대해 "타격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 시대에 당연히 요구된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자민당이 애초 논의한 것은 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해 적의 기지를 파괴하는 '적 기지 공격 능력'이었는데 '타격 대상을 기지로 한정해서는 안 되며 중추도 공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아베의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반격 능력'으로 변경됐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예상 이상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억지력이 압도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방비를 GDP 대비 2% 수준으로 확대하는 나토의 목표가 "국제 표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베 전 총리는 정부가 최근 각의(내각회의)에서 결정한 '경제재정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 2022'에서 나토의 국방비 목표를 예시로 명기한 부분을 각주가 아닌 본문에 반영하도록 요구해 관철하기도 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군사력 확대 기조 속에 유권자의 불안감이 커진 것과 관련해 "여론이 이렇게까지 방위비에 관심을 가지는 기회는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주변에 밝힌 바 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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