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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20달러에 유류세 인하 효과 소멸…대응 카드 바닥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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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20달러에 유류세 인하 효과 소멸…대응 카드 바닥난 정부
탄력세율 동원해도 휘발유 가격 추가로 57원 내리는 데 그쳐
유가환급금, 재원 마땅치 않고 물가 우려도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곽민서 기자 = 국제유가가 120달러 선을 넘어서면서 정부의 유류세 인하 효과가 사실상 소멸했다.
석유류 가격 급등이 소비자물가를 끌어 올리는 가운데 정부가 추가로 쓸 수 있는 정책 카드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휘발유·경유·LPG부탄에 대한 유류세 30% 한시 인하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역대 유류세 인하 조치 사상 최대 폭으로, 이로써 휘발유를 구매할 때 붙는 유류세는 인하 전 820원에서 573원으로 내려가게 됐다.
유류세 인하가 소비자 가격에 100% 반영된다고 가정하면 휘발유 1리터(L)당 247원의 가격 하락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경유 역시 L당 가격이 174원 내려가고, LPG부탄은 L당 가격이 61원 절감된다.
그러나 정부가 유류세를 찍어누르는 가운데에도 석유류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L당 2천37.5원으로 전주보다 24.5원 상승했다.
경유 평균 가격도 전주보다 22.4원 오른 L당 2천30.8원을 기록했다.
이는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유류세 인하 효과를 상쇄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유종인 휘발유 가격은 국제 휘발유 가격, 관세, 석유 수입 부과금, 기타 유통비용 등이 포함된 세전 판매가격과 세금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유류세는 정률이 아니라 정액인 만큼 국제유가가 올라도 변동이 없지만, 세전 판매가는 국제유가에 따라 움직인다.
국제유가 상승분이 유류세 인하분을 넘어서면 석유류 가격은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유가는 최근 들어 더욱 큰 폭으로 올라가고 있다.
이달 8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 3월 초 이후 처음으로 종가 기준 배럴당 120달러를 웃돌았고, 이후에도 12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추가로 쓸 수 있는 정책 카드가 사실상 소진됐다는 데 있다.
만일 유류세 탄력세율을 조정하는 최후의 수단까지 동원한다면 유류세 실질 인하 폭을 37%까지 늘릴 수는 있다.
유류세 중 교통세는 현재 법정세율보다 소폭 높은 탄력세율(L당 529원)을 적용하고 있는데, 탄력세율 대신 법정 기본세율(L당 475원)을 적용하고 이를 기준으로 30% 인하 조치를 시행하면 L당 유류세는 516원까지 내려간다.
유류세 30% 인하 시와 비교해 L당 57원의 가격 인하 효과가 추가로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더라도 유류 가격을 이전 수준으로 끌어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오피넷에 따르면 원화로 환산한 국제휘발유(92RON) 가격은 5월 둘째 주부터 6월 둘째 주까지 5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5월 셋째 주부터는 L당 1천100원대를 넘어 5월 넷째 주 1천126.49원, 6월 첫째 주 1천162.59원, 6월 둘째 주 1천189.54원까지 올랐다.
6월 들어서만 국제 휘발유 가격이 63원가량 올라간 것이다.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통상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제유가를 따라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중 추가 가격 상승은 기정사실이 된 상황이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면 가격 부담은 더욱 커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유류세 인하 폭을 더욱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은 유류세를 최대 100%까지 감면할 수 있도록 인하 폭을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교통·에너지·환경세법과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다만 이는 법 개정 사안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아니며, 야당의 동의 또한 필수적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서 국회 인사 청문을 위한 서면 답변에서 "유류에 대한 탄력세율의 구체적인 위임 범위는 제도 운용 취지 등을 고려해 국회 논의를 통해 결정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시행했던 유가환급금 지급이 대책으로 거론되기도 하지만, 이는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있는 데다 재원도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역시 현실적인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더구나 재정 지원을 가급적 축소하고 민간 자율에 경제를 맡기고자 하는 정부 철학과도 맞지 않는다.
결국 정부로서는 기름값이 추가로 오르더라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 변수가 해결되고 국제유가가 내려가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가는 앞으로도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에도 국제유가가 14% 오르며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고, 물가 상승률 또한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을 전제로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와 함께 국내 물가 또한 급등하고 있다.
5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동월 대비 5.4% 상승하며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석유류·가공식품 등 공업제품 가격이 8.3% 오르며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가운데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했다.
mskwa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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