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원의 헬스노트] "손흥민의 허벅지는 남다르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손흥민 선수의 허벅지 근육은 다른 선수들과 달리 단단하면서도 너무 부드럽습니다. 이런 근육은 처음 봤습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팀닥터인 조윤상 박사는 최근 기자와 만나 손흥민 선수의 허벅지를 이같이 예찬했다.
그는 "축구 선수들의 허벅지 근육이 단단할 수밖에 없는데, 손흥민 선수는 의외로 말랑말랑함이 있다"면서 "(이런 근육을) 타고났을 수도 있겠지만, 이게 순간적으로 엄청난 파워를 내는 이유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허벅지가 굵으면 축구를 잘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축구 실력과 허벅지 근육의 상관관계는 크다.
축구는 단거리와 중거리 육상을 포괄하는 스포츠로 순간적인 스피드를 낼 때,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슈팅을 할 때 허벅지 힘을 이용해야 한다. 또한 빠른 방향 전환을 위해서도 허벅지 뒤쪽 햄스트링 부위의 근육이 필요하다.
이런 까닭으로 축구 선수들의 허벅지는 꽤 굵은 편이다. 차범근 선수의 허벅지 둘레는 선수 시절 80㎝, 손흥민과 호날두는 약 63㎝ 정도로 알려져 있다.
스포츠의학 전문가들은 허벅지가 튼튼하고 굵으면 운동능력이 좋다고 본다.
허벅지 근육의 크기와 근력은 비례하기 때문에 민첩성과 순발력을 높이고, 힘을 사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허벅지 근육이 튼튼하면 부상의 위험이 적고, 무릎에 미치는 하중을 분산해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축구선수들에게 허벅지 단련 훈련은 필수다.
허벅지 근육은 크게 앞쪽에 있는 대퇴사두근과 뒤쪽에 있는 햄스트링 두 가지로 나뉜다.
대퇴사두근은 허벅지의 앞과 옆을 지나는 큰 근육으로 대퇴직근, 외측광근, 내측광근, 중간광근의 4개로 이루어져 있으며, 무릎을 펴고 서 있거나 걷는 등 모든 다리 동작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햄스트링은 허벅지 뒤쪽 근육인 대퇴두갈래근, 반건양근, 반막양근으로 이뤄진 근육군으로, 고관절 움직임과 무릎을 구부리는 기능에 관여한다.
하지만,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건 허벅지 앞뒤 근육의 균형이다. 허벅지 전체 근육 중 앞 근육(대퇴사두근)이 60%, 뒤 근육(햄스트링)이 40% 정도로 조화를 이룰 때 최고의 힘을 발휘한다.
손흥민 선수 역시 꾸준한 훈련으로 허벅지 근육을 단련해왔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손웅정 감독)의 지도하에 하루 1천㎖가량의 우유를 마시고, 허벅지뿐 아니라 축구를 위한 모든 근력을 키워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축구협회 의무분과위원장인 바른세상병원 서동원 원장(정형외과·재활의학과 전문의)은 "축구 선수에게 허벅지 근육이 발달하면 슛을 할 때 훨씬 더 강하게 나가고, 급격한 방향 전환 시에 무릎에 가는 부담이 줄어든다"면서 "특히 햄스트링이 튼튼하면 전방십자인대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화해줄 수 있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도 낮아진다"고 말했다.
다만, 허벅지 근육이 크기만 하다고 축구 실력이 좋은 것은 아니라고 서 원장은 언급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피드와 밸런스, 지구력을 모두 갖출 수 있게 하는 근육의 균형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서 원장은 손흥민 선수의 허벅지 근육이 말랑말랑한 게 파워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근육이 단단하기만 한 것은 근육 내의 에너지원(ATP)이 부족해서 뭉쳐져 있는 것으로, 근섬유가 수축할 여유가 부족한 상태로 볼 수 있다"면서 "이보다는 부드러움이 공존해야 수축력, 즉 근육의 파워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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